삼성그룹의 세대교체가 현실화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연내 승진 결심을 굳혔다고 밝힘에 따라 본격적인 ‘이재용 체제’ 구축을 위해 대규모 조직개편 및 인사이동이 예상된다.
또 이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게 되면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의 부사장 승진도 유력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3세 경영’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아울러 이 회장 자녀들의 연쇄 승진이 이뤄지면 재계 일각에서 거론되는 삼성의 계열분리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1일 광저우 아시안게임 참석차 출국하는 길에서는 이 부사장의 사장승진결심을 하지 못했다고 밝혀, 이번 아시안게임 참관기간 동안 사장단 인사에 대한 구상을 끝낸 것으로 보인다.
◇전략기획실 부활 여부에 관심 초점
삼성그룹이 이재용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조직개편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사장의 승진으로 삼성전자는 현재와 같이 최지성 대표 체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유력하지만, 문제는 그룹의 컨트롤 타워 부활 여부이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전략기획실은 지난 2008년 4월 당시 이건희 회장의 퇴진과 함께 해체된 바 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사면에 이어 전략기획실장이던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의 사면도 단행되면서 전략기획실의 부활여부도 재계의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현재 재계에서는 이재용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전략기획실과 같은 컨트롤 타워의 부활이 불가피하지 않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사장이 경영수업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룹경영 전반에 대해 조력할 조직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며 “명칭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과거 전략기획실과 같은 컨트롤타워의 부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자-레저-유화 등 계열분리는
이재용 부사장의 사장 승진 이후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은 여동생인 이부진ㆍ이서현 전무의 연쇄 승진과 이에 따른 계열분리 여부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그룹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부진, 이서현 전무에게 일부 사업의 경영권을 떼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시기가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그룹의 주력 사업인 전자와 금융계열은 이재용 부사장이, 호텔과 레저사업은 이부진 전무, 제일모직을 비롯한 석유화학계열은 이서현 전무가 담당하는 체제가 유력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세 남매가 보유한 지분관계가 얽혀 본격적인 계열분리가 이뤄지기 전에 지분정리가 우선될 전망이 높다.
이 부사장의 경우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에버랜드 지분의 25.1%를 보유하고 있어 개인주주로서는 최대주주다.
또 이부진 전무의 경우 삼성물산과 섬성석유화학의 최대주주로 각각 27.27%, 33.1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부진 전무에 이어 삼성석유화학의 대주주이며 삼성그룹 내 주요 화학계열사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삼성그룹이 이재용 체제로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이건희 회장이 건재하고 있어 계열분리는 아직 이르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사장이 승진하더라도 경영권을 완전하게 승계받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그룹의 계열분리는 다소 이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