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M&A 시장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어급 기업들이 잇달아 새 주인을 찾으면서 시장에 나온 나머지 기업들이 누구 품에 안길지 주목을 사고 있는 것.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에 이어 최근 현대건설도 현대그룹의 인수가 유력해진 상황이다.
M&A 시장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업은 메디슨. 지난 18일 입찰제안서를 마감한 메디슨은 지난해 2073억원의 매출을 올린 의료기기 전문기업. 110여개국에 판매망을 구축하고 세계 시장 점유율 7%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5위권의 알짜 기업이다.
특히 메디슨을 놓고 재계의 거두인 삼성전자와 SK(주)가 격돌할 것으로 보여 진정 분위기의 시장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메디슨이 시장에 나오자 당초 삼성전자, SK(주), 필립스, 올림푸스코리아, KT&G 등이 눈독을 들이고 매각 주관사인 JP모건에 인수의향서를 낸 바 있다.
삼성전자와 SK(주)가 메디슨 인수에 나선 것은 신수종 사업 개발에 따른 것이다. 삼성과 SK모두 헬스케어 분야를 차세대 주력 사업으로 삼고 해당 부문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 2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한편 엑스레이 업체인 레이사의 지분 68%를 인수한 데 이어 중소병원용 혈액검사기를 출시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SK도 그룹 차원에서 사업 부문 강화의 일환으로 생명과학 부문을 오는 2011년 1월 1일부로 분사하기로 결정하는 등 헬스케어 및 의료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이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메디슨 인수를 놓고 삼성과 SK가 맞붙은 만큼 인수가격도 당초 예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전의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처럼 양측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질 경우 메디슨 인수 가격도 예상치인 3000억원을 크게 웃돌 수 있다는 이야기다.
메디슨처럼 아직 매각 절차가 진행되지는 않았으나 하이닉스와 대우조선해양도 언제든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대어급 매물로 평가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하이닉스는 기업 규모 17위를 기록하고 있다. 23위의 현대건설보다 더 덩치가 크다. 영업이익도 지난 2분기 1조450억원에 이어 3분기에도 1조112억원을 기록하는 등 경영실적 면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어 시장에 나올 경우 현대건설을 능가하는 매머드급 인수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이닉스가 시장에 나온다면 인수가격은 적어도 2조원 이상 될 것이며 LG전자와 범현대가 등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하이닉스 지분은 재무적 투자자인 국민연금공단(6.08%)을 제외하고 정책금융공사(5.5%), 외환은행(3.42%), 우리은행(3.34%), 신한은행(2.54%) 등이 나눠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하이닉스 매각이 연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우선 현대건설 인수로 인한 여파가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
현대건설의 인수가격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5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당초 예상이던 3~4조원을 훨씬 뛰어넘는 금액이다. 하이닉스가 규모 면에서 현대건설을 앞서는 만큼 인수 가격도 두 배 이상 뛰어오를 가능성도 있다.
인수 후보들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도 연내 매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유력한 인수후보 중 하나인 현대그룹 측은 현대건설 인수 대금 지불 능력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인수 시너지 효과 면에서 가장 인수 가능성이 높은 LG전자 역시 하이닉스 인수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취임한 구본준 부회장 역시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측도 연내 매각을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하이닉스 채권단은 내년 초 주주협의회를 통해 하이닉스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09년 주인 찾기에 실패한 대우조선해양도 대표적인 M&A 대어로 꼽히고 있어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9년 한화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최종 결렬된 이후 매각 작업이 중지됐었다.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가능성이 다시 점쳐지고 있는 것은 현대건설의 매각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최근 “대우조선 매각 준비가 끝났으며 현대건설 등의 절차가 끝나면 재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민 은행장은 자신의 임기 내에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의지를 보인 바 있어 연내 매각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또 조선과 해양플랜트 분야가 회복되고 있어 매각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시장에 나올 경우 인수가액은 6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인수 후보로는 포스코가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포스코 측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정준양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차세대 사업을 바다에서 찾겠다”라고 여러 차례 밝혀온 만큼 인수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09년에도 GS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시도한 바 있다.
한편 이 같은 매각설에 정작 대우조선해양 측은 시일이 더 걸릴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중에는 매각이 추진될 수도 있겠지만 연내에는 어려울 것”이라며 “순서상으로도 하이닉스 매각이 먼저 추진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