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레슬링, 첫날 초라한 성적표 받아

입력 2010-11-2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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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레슬링이 명예 회복을 벼르며 나선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첫날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은 21일 광저우 화궁체육관에서 벌어진 남자 그레코로만형에서 60㎏급 간판스타 정지현(27·삼성생명)이 아쉬운 은메달에 머물렀고, 기대했던 55㎏급의 최규진(25·조폐공사)과 김현우(22·경남대)는 각각 1회전과 2회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대표팀이 애초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한 성적이다.

이번 대회에서 그레코로만형 3개, 자유형 1개 등 금메달 4개를 목표로 내걸고 출발한 대표팀은 그레코로만형 경량급 경기가 벌어지는 첫날 힘차게 메달 레이스를 시작하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었다.

정지현과 최규진이 확실히 금메달을 따내 줄‘원투펀치’로 꼽혔고, 김현우 역시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가능성이 있어 2~3개의 금메달은 가능하리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세 명 모두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운이 따르지 않은 것이 가장 아쉬웠다.

최규진은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 등 대표팀에서 가장 빛나는 성적을 거둬 금메달 후보 0순위로 꼽혔지만 첫 판부터 최대 난적인 하미드 수리안 레이한푸르(이란)을 만나고 말았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규진을 꺾었던 수리안 레이한푸르는 심한 체중감량 탓에 체력에 문제가 있는 만큼 후반에 만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로 분석됐던 상대다.

그러나 초반에 최규진과 맞붙은 수리안 레이한푸르는 거침없이 최규진을 공략했고, 최규진은 첫 라운드를 따내고도 역전패하고 말았다.

초반에 최규진에게 힘을 쏟은 수리안 레이한푸르가 체력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4강에서 하세가와 고헤이(일본)에게 무너지는 것을 바라보는 대표팀 코치진은 더욱 쓴 입맛을 다셔야 했다.

젊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도 드러났다.

김현우는 마찬가지로 쉽지 않은 상대로 꼽히던 후지무라 쓰토무(일본)와 8강에서 만나 무리한 공격을 감행하다 오히려 역습에 당하고 말았다.

이미 2002년부터 국제대회를 누벼 온 정지현이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기를 운영해 금메달까지 딴 것과 대비되는 장면이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이후 침체에 빠졌던 한국 레슬링은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세대 교체에 나서 성공적인 성적을 거뒀으나,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무대에서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해야 했다.

정지현 역시 좋은 경기를 펼치고도 마지막에 경기가 꼬이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정지현은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 차례 물리쳤던 오미드 노루지(이란)에게 첫 라운드를 빼앗으며 승리에 바짝 다가섰으나, 2라운드부터 밀리기 시작해 결국 역전승을 내주고 말았다.

2002년부터 국제대회를 치러 온 베테랑이었지만, 한 번도 금메달을 따 보지 못한 아시안게임에서 부활을 알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결국 체력 저하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팀 방대두 감독은 “(정)지현이가 전날 잠을 많이 못 잤다더라. 막판에 그것 때문에 페이스가 떨어진 듯하다”며 아쉬워했다.

다 이긴 경기를 놓친 정지현도 경기를 마치고 침묵으로 일관하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대표팀은 22일 열리는 그레코로만형 74㎏급과 84㎏급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분위기를 바꿔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한레슬링협회 관계자는 “오늘 결과는 아쉽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남은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해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단 대진운은 괜찮다는 평가다. 74㎏급의 박진성(25·상무)은 결승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이란과 우즈베키스탄 등 강호들과 맞붙지 않고, 84㎏급의 이세열(20·경성대) 역시 이란 선수와 초반에 맞붙는 불운은 피했다.

나란히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는 등 실력으로는 금메달을 노릴 수 있다는 평가지만, 두 선수 모두 지난해 처음 태극마크를 단 신예라는 점에서 경험 부족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변수가 될 수 있다.

방대두 감독은 “팀을 잘 추슬러서 내일 다시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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