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제약업계] 설 땅 없는 국내 제약사

입력 2010-11-23 10:49 수정 2010-11-2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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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사 매출 하락세...외국계 새로운 약가제도 영향 덜 받아

국내 제약업계의 설 땅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정부는 의약품 유통 투명화, 연구개발(R&D) 중심의 경쟁구도 확립, 환자들의 치료비 경감을 명분으로 새로운 약가제도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제약회사 간 출혈경쟁과 이로 인한 매출감소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제약회사 가운데 올들어 지난 3·4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두 자리수 이상 늘어난 곳은 녹십자, 종근당, 대웅제약 등 3개사에 불과했다. 국내 최대 제약회사인 동아제약 역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이 5.9%에 머물며 신종플루 백신 매출에 힘입은 녹십자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중외제약과 한미약품은 오히려 3.1%, 3.6% 매출이 줄었다. LG생명과학과 일동제약은 각각 3.4%, 7.6%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45.9%, 13.9% 줄어들었다.

물론 내년에는 고혈압 약인‘아프로벨’과‘디오반’등 주요 신약들이 특허 만료된다. 2012년에는 B형 간염 약인‘제픽스’와 발기부전 약‘비아그라’ 등의 특허도 만료돼 다소간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반짝 호재’일 뿐 시장 점유율을 수성하는 기반이 되기는 어렵다는 게 제약업계의 전망이다. 그동안 상위 제약회사는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최근의 규제 강화로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으며, 100여개에 달하는 중소 제약회사는 새로운 제품 발매를 중단한 상태에서 기존 품목으로 근근히 영업을 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외국계 제약회사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의 한국법인인 한국GSK의 경우 지난 3·4분기 1265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30%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또한 한국노바티스, 한국화이자, 한국로슈, 사노피, 바이엘 등 외국계 제약회사를 모두 포함한 경우에도 올 3·4분기 매출 증가율이 15.3%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포인트 늘어난 것. 제약업계는 이 같은 외국계 제약회사의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4·4분기에는 18%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계 제약회사에게 국내 시장을 잠식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베이트 쌍벌죄까지 본격 시행되면 국내 제약업계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20여개 제약회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1차 조사를 받은 상태인데, 리베이트 쌍벌죄로 처벌을 받게 되면 해당 의약품의 보험약가가 최대 20% 인하되기 때문에 제약회사로서는 이중으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내 제약회사 관계자는“외국계 제약회사들의 최근 약진은 저가구매인센티브 제도, 리베이트 쌍벌죄 등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덜 받고 있는 것이 주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국내 제약업계는 신약 개발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은 상태다. 실제 국내 제약업계의 경우 지난 1999년 SK케미컬의 주사약‘선플라 ’이후 올해까지 총 15개의 신약을 출시하는데 머물고 있다. 대략적으로 1.5년마다 1개의 신약을 출시한 꼴이다.

신약은 신물질의 탐색에서부터 시작해 동물시험, 임상 1~3상을 거쳐 승인, 시판하는 단계를 밟는다. 하지만 이 모든 단계를 거치는 데 평균 15년이 걸린다. 최근에는 신물질 탐색이 화학적 합성 외에 생명공학, 천연물 등으로 확대되고는 있지만 성공율이 5000분의 1~1만분의 1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바늘구멍인 셈. 하지만 외국계 제약회사들이 한 해 국내에 들여오는 신약은 20여 개가 넘는다. 경쟁 자체가 버겁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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