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23일 2고로 화입식을 개최하고 고로 800만t 체제의 시동을 걸었다. 지난 1월 1고로 가동에 이어 1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에 두 번째 고로를 가동한 것이다. 1년 동안 800만t급 조강생산체제를 한 번에 확대한 사례는 단일 회사로는 현대제철이 최초다.
내용적 5250㎥에 직경 17m, 높이 110m의 규모의 2고로는 앞서 가동된 1고로와 동일한 사양의 최신 대형 고로. 2고로 가동을 통해 현대제철은 전기로 1200만t, 고로 800만t으로 조강생산능력 2000만t을 달성해 세계 10위권의 철강사로 도약했다.
후판 150만t, 열연 650만t의 제품구성을 갖춰 조선ㆍ중공업 분야와 자동차용 강판 전문 제철소로의 발돋움도 기대되고 있다.
이 같은 기대를 잘 나타내듯 화입식에는 국내외 언론과 내외빈, 현대제철 임직원 등 500여 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2고로가 아닌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었다. 귀빈들과 함께 입장한 정몽구 회장은 행사 내내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정몽구 회장은 무뚝뚝하기로 유명하다. 굵직한 행사에서도 좀처럼 환하게 웃는 일이 없다. 그런 정 회장이 밝은 미소를 띠며 행사 참석자들에게 손까지 흔들며 나타난 것이다.
지난 1월 1고로 화입식 당시에도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던 그가 박수를 치며 축하 분위기에 호응하자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정 회장이 달라졌다”는 말이 나왔다.
최측근이었던 김승년 사장의 갑작스런 사망과 잇단 대량 리콜, 현대건설 인수 실패 등 올해 들어 불운이 겹치는 가운데 모처럼 현대제철이 세계적인 철강사로 도약하며 그룹의 위상을 높인 것이 정 회장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번 화입식은 정 회장의 오랜 숙원이었던 일관제철소 건설의 꿈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실제로 정 회장은 공사 기간 내내 일주일에 3~4차례씩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일관제철소 건설에 대한 큰 애착을 나타내왔다.
현대제철이 오랜만에 정 회장의 자존심을 세워준 탓일까 고로에 화입봉을 넣는 그의 표정은 한없이 밝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