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3일 사실상 연평도를 겨냥해 해안포를 발사하면서 북한 리스크가 또 금융시장에 복병으로 등장했다. 특히 이번 사태가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금융시장은 북한이 연평도에 해안포를 발사했다는 소식에 요동을 쳤다.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전날보다 6.20포인트(2.44%) 급락하고 역외 원·달러 환율이 1180원대로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장중에 보합권을 유지하던 국채 선물 역시 북한의 포격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락, 전날보다 24틱 하락한 112.05로 마감했다.
특히 사건의 성격상 기존의 해상 충돌이나 미사일 발사 같은 무력시위와는 다른 차원의 도발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더욱이 유럽의 재정위기가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6%를 웃도는 성장률을 보이고 내년도 5% 성장을 엿보는 한국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상황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부총재는 "연평도 포격이 오후 3시 넘어 일어나 시장 상황에 직접적인 파급력을 미치지 않았지만 선물 시장을 봐선 내일 채권, 주식, 외환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어 "상황 전개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상당한 경계감 갖고 필요시 적절한 대응을 마련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도 "당장 내일 증시나 환율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북한의 후계구도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최근 우라늄 시설에 이어 해안포 사격까지 시작과 끝이 명확하지 않고 영향도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역시 과거 북한발(發) 리스크가 그랬던 것처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단행했을 당시에도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5월25일 오전 북한의 핵실험 소식이 알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는 급락했으나 오후들어 안정을 회복했고 우리나라의 신용도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오히려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4월5일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을 때에도 사태 이후 첫 개장일인 6일 주가는 오히려 14포인트 오르고 환율은 31원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었다.
2006년 10월9일 북한 핵실험 때도 주가가 33포인트 하락했지만 다음날인 10일에는 9포인트 반등한 이후 안정세를 보였다. 환율은 핵실험 당일 15원 급등했지만 이튿날에는 4원 떨어지면서 안정세를 회복했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일단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나섰다. 이는 향후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금융시장 안정노력을 강화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긴급 금융합동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비상금융통합상황실'을 24시간 운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상황 변화에 대비한 대응계획(Contingency Plan)을 재점검하고 관계기관간 협조하에 시장 상황에 맞추어 필요한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취해 나갈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매일 금융합동점검회의를 개최해 시장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제부처는 24일 오전 7시30분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지식경제부 1차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은행 부총재, 국제금융센터 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