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중동의 모랫바람을 뚫지 못하고 또다시 아시안게임 금메달 도전에 실패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23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중국 광저우 톈허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아랍에미리트(UAE)와 준결승에서 전·후반 90분을 0-0으로 비기고 나서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아흐메드 알리 알아브리에게 결승골을 내줘 0-1로 무릎을 꿇었다.
1986년 서울 대회 우승 이후 24년 만의 아시안게임 정상 탈환 꿈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이날 패배로 지난 24년 동안 결승 무대조차 한 번도 오르지 못한 신세가 됐다.
한국은 아시안게임에서 번번이 중동팀에 발목을 잡혀 눈물을 흘렸다.
핌 베어벡(네덜란드) 감독이 대표팀을 이끈 2006년 도하 대회 때는 준결승에서 이라크에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3-4위전에서는 이란에 져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동메달을 딴 2002년 부산 대회에서는 4강에서 이란에 승부차기 끝에 3-5로 져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이번 UAE와 경기에서 패배로 한국은 최근 아시안게임 3회 연속 준결승에서 중동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게 됐다.
한국은 그동안 UAE와 A대표팀 간 맞대결에서 9승5무2패로 크게 앞섰다.
23세 이하 대표팀 간 격돌에서는 4차례 맞붙어 모두 승리했다.
2002년 9월 창원에서 열린 친선경기(1-0 승)와 2006년 11월 UAE에서 치른 친선경기(2-0) 도 모두 이겼고, 2007년 3월과 6월 두 차례 치른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에서도 각각 3-1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만난 UAE는 달랐다. UAE는 한국을 대회 사상 첫 결승 진출의 제물로 삼았다.
한국은 현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주축들이 청소년대표 시절이던 2008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치른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U-19) 선수권대회 조별리그 2차전에서 UAE에 1-2로 패했다.
조동현 감독이 이끈 당시 대표팀에는 이날 준결승전에 출전한 골키퍼 김승규(울산)와 수비수 김영권(FC도쿄), 미드필더 구자철(제주), 조영철(니가타), 김보경(오이타) 등이 뛰었다.
이들은 2년 전 패배를 돌려주고 결승에 올라 금메달 도전을 이어가려 했지만 ‘모랫바람의 악령’이 되살아났다.
한국은 이란과 25일 오후 4시30분 같은 장소에서 동메달을 놓고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란에도 지면 4년 전처럼 빈손으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