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내가 다 눈물이 나네"

입력 2010-11-2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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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에게 열심히 해 달라는 말도 차마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선수들이 잘 이겨냈다. 내가 다 눈물이 나서...금메달보다 오늘 동메달이 더 소중하다”

홍명보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이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홍 감독은 지난 25일 오후(한국 시각) 중국 광저우 톈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이란과 3-4위 결정전에서 4-3 역전승을 이끌었다. 홍 감독은 경기 후공식 인터뷰에서 “승리로 대회를 마무리해서 기쁘다. 경기에 뛴 선수나 그렇지 않은 선수 모두에게 감사하고 동메달 축하한다”고 전했다.

홍 감독은 이어 “정상적인 상태에서 경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나도 감독으로서 최선을 다하라고 얘기했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지 한편으로는 의문도 들었는데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덕에 승리했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홍 감독은 또 “선수들은 가진 역량을 충분히 발휘했다. 원하는 목표까지는 못 갔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오늘 경기를 승리로 이끌고 동메달 딴 것은 전적으로 선수들의 노고”라며 “아깝게 놓친 금메달보다 오늘 동메달이 우리한테는 더 값진 메달이다”라고 말했다.

이내 감정을 추스른 홍 감독은 “오늘 전반에도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집중력이나 판단력도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상태인데다 마음속 책임감과 부담감도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수들이 병역문제에서 벗어나 경기 자체에 집중했기 때문에 역전이 가능했다. 그(병역) 문제가 말은 안 해도 많은 영향을 준다”며 “다행히 우리 선수들 중 누구도 병역 혜택을 목표로 앞세우거나 해서 연평도에서 돌아가신 장병들께 염치없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와 준결승 패배 이후 분위기를 묻자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아무 말 안했다. 결과적으로 내 실수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 다음날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며 "오늘도 선수들이 압박감을 느끼기보다는 최대한 침착하게 동요 없이 경기하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홍 감독은 또 “오늘 경기가 결승전이라고 생각하고 선수 구성을 했다”며 “전반전이 끝나고는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프 타임때는 작전상 지시를 하기 보다는 강하게 독려했는데 선수들이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고 돌아봤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당시 대표팀 소속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는 자신이 이끈 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르는 모습을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나올 것 같다”며 “그때 동메달보다 지금 우리 선수들이 따낸 동메달이 비교도 안 되게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

이어 “감독으로서도 여러 가지로 많이 배운 대회였다.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느꼈다. 배운 점이 많아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며 “앞으로 올림픽이 2년이 남았는데 그때 주축이 될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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