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가위기에 정부는 없었다

입력 2010-11-26 10:31 수정 2010-11-2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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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연평도에 쏟아부은 포탄은 대한민국 정부와 군 수뇌부의 정수리를 포격했다. 북이 쏜 170여발 포탄에‘우왕좌왕’하고, ‘책임전가’하기 급급한 한국 정부의 무능과 군의 허술한 대응이 낱낱이 까발려진 것이다. 연평도 피난민이 목욕탕과 찜질방을 전전하며 공포의 밤을 지새울 때 정부는 없었다. 정부와 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고유 영토의 수호’라는 첫번째 임무수행에 실패했다.

적의 1차 포격에 13분, 2차 포격에 14분이나 늦게 대응 포격에 나서고, 자주포의 절반은 고장났다. 대통령의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는 말은 발언의 유무(有無)를 놓고 진실게임으로 전개되며 정치권의 흙탕물 이념대결로 번지고, 와중에 국방장관은 경질됐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이유로 경질된 것인지,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청와대 해명을 뒤집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경질된 것인지 진실한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의 포격에 군인과 국민이 죽어나가는 마당에 심각한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는 것만은 확실하다.

금융시장은 급속히 안정되며 경제상황은 평상을 유지하고 있다. 천만다행이다. 대한민국을 세계질서의 추종자에서 주도자의 반열에 올라서게 한 경제 펀더멘틀이 든든히 버텨주고 있어 시장은 의연하다. 우리는 근래 크게는 IMF 환란, 작게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 수많은 사건·사고와 고난을 경험했다. 이때마다 ‘위기관리(Risk Management)의 부재(不在)’가 지적됐으며, 고난의 경험을 소중히 해서 다시는 같은 일이 되풀이 되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다짐에 다짐을 했다. 다 말 잘하는 사람들의 허사(虛辭)였다.

북의 포탄 몇발에 오늘 대한민국의 실력은 전세계에 고스란히 알몸을 드러냈다. “쓰라리지만, 소중한 경험을 가슴에 담아 다시는 이 같은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화려한(?) 수사(修辭)를 누구라서 재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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