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Vision 2020] 해외 진출 사전 규제 풀고 사후감독은 제대로

입력 2010-11-26 11:51 수정 2010-11-26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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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은행으로 가는 길

흔히들 금융산업에서도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금융회사가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힌다. 이를 위해서는 무작정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질을 높여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 선진화를 위해서는 금융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금융 선진화 과제 1순위‘규제 완화’= 실제로 국내 금융회사들은 금융 선진화를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금융기업 26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선진화 비전에 대한 평가 및 과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융 선진화를 위한 과제로 ‘규제완화’(33.1%)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전문화·차별화’(32.3%), ‘대형화·글로벌화’(19.6%)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선진국과 비교한 금융 선진화 정도에 대해서는 60.8%가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 제조업은 세계적인 기업이 많지만 금융업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하면서 “금융 선진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진입·영업행위·자금조달·투자 등에 있어 지속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장옥 서강대 교수도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금융은 초보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규제 분위기와 관치금융의 잔재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임원과 사외이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적격성 심사, 저축은행 감독 강화 등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는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향후 정책화 과정에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무작정 규제를 완화하기 보다는 시스템 리스크를 줄이고 국제 무대에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대형은행 한 곳의 위기가 국가 전체를 흔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은행의 규모가 외국은행보다 작더라도 시스템리스크가 더욱 클 수 있다.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하는 것은 절대적인 자산규모가 아닌 은행이 속해 있는 경제규모와 비교해 얼마나 크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가뜩이나 금융산업의 미래 수익성이 좋지 않은데, 레버리지 규제 등 각종 규제까지 가해지면 더욱 어렵다”면서 “다만 규제완화로 무작정 대형화를 하기보다는 시스템 리스크를 줄이고 글로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사후감독 강화로 글로벌화 도와야”= 따라서 전문가들은 금융회사들이 대형화보다는 글로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유수의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국내 시장이 아닌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현재의 자리까지 성장한다는 것. 실제 중국 공상은행이나 일본의 미쓰비시UFJ(MUFG), 미즈호은행의 사례가 이를 말해준다.

이들 은행은 영국의 금융전문매체인 ‘더 뱅커(The Banker)’지 기준 은행순위(총자산)로 각각 17위, 8위, 14위로 큰 덩치를 자랑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들 은행을 가리켜 글로벌은행, 국제경쟁력을 갖춘 은행이라고 하진 않는다. 경쟁력이 규모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 공상은행 등과 별반 다르지 않은 실정이다. 오히려 더욱 심각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6월말 현재 국내 은행들의 초국적화지수(TNI)가 2.9%에 불과하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박사는 “해외에 진출한 국내기업에 대한 금융서비스 제공, 수익기반의 지역적 다각화, 외화자금의 안정적 조달원 확보, 글로벌은행으로의 성장기반 마련 등을 위해 해외진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규제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피력했다.

실제로 과거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설치를 위해서는 감독당국과 사전적 협의가 필요했으나 지금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후적 보고로 변경돼 점차 규제 완화가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과거에는 국내은행은 해외점포 설치시 금융감독원장과 사전에 협의해야 하며, 전년말 BIS 자기자본비율이 10% 미만이거나 경영실태평가 종합평가등급이 3등급 미만일 경우에는 사전협의 자격이 없었다.

반면 해로 시행된 개정 은행법 및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신설은 사후보고가 원칙이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전협의할 의무가 없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사무소, 지점, 현지법인의 신설이나 인수·합병을 통해 해외점포를 설치할 때마다 감독당국과 사전협의할 경우 심사 지연 등으로 적기 해외진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규제 완화가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회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한 만큼 무분별한 해외진출로 이어져 금융사고 증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후 감독 강화와 리스크 지배구조의 개선 등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 박사는 “감독당국은 국내은행 해외점포에 대한 사후감독 강화와 리스크 지배구조의 개선 등을 통해 무분별한 해외진출을 억제하고 준법감시 및 내부통제 시스템의 선진화를 유도함으로써 사고예방과 국제경쟁력 제고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원화강세, 글로벌 경기회복 등 해외진출을 위한 제반여건이 개선되는 가운데 관련 규정도 완화되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금융회사들이 글로벌화 할 수 있는 수십년에 한번 올까 말까 한 기회라는 지적이다. 특히 신흥시장국을 중심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 금융시장이 큰 타격을 받았고 매물도 많이 나와 있는 상태”라며 “우리와 정서가 크게 다르지 않고 성장 잠재력이 큰 아시아쪽 신흥국들이 우리가 눈여겨봐야할 상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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