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분양시장이 꿈틀거릴 조짐이다.
분양자체를 엄두도 못내던 서울 등 수도권에서 최근 민간건설사들이 쏟아내는 분양 아파트가 속속 순위내에서 마감되는 등 분양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 특히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자 위주의 3순위 청약에서 전평형 마감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거액 자산가들이 부동산 투자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역세권 등 개발 호재가 있거나 주변시세 보다 저렴한 알짜단지의 경우 통장없이 바로 청약할 수 있는 3순위에서 과감하게 배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이뤄진 LIG건설 ‘이수역 리가’의 1순위 청약접수 결과는 0.38대1로 저조했다. 2순위 청약에서도 5명이 추가로 접수하는 등 극도로 부진했다. 하지만 마지막 3순위 접수에서 220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총 분양가구수(213가구) 훌쩍 넘겨 버렸다. 총 307명이 신청해 1.43대1로 전평형에서 마감된 것. 최고 경쟁률은 4.67대1까지 올라갔다.
업계에서는 전세값 고공행진으로 실수요자들이 몰려든 데다, 주변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1900만원 초반대. 주변 시세라고 할 수 있는 사당동 두산위브가 3.3㎡당 2017만원, 이수자이가 2479만원이라고 보면 상당히 저렴한 분양가다. 이런 저렴한 분양가에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꼈다는 것이다.
동부건설이 서울 용산구 한강로 일대에서 공급한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아파트도 비슷하다.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순위내 청약접수를 받은 결과, 일반분양 총 47가구 모집에 총 98명이 접수해 평균 2.08대 1의 경쟁률을 순위내 마감됐다. 특히 전용면적 121㎡는 3순위 청약에서 34명이 몰려 최고 5.67대 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이 단지의 경우도 워낙 개발호재가 많은 용산이라는 입지가 작용한 데다, 저렴한 분양가가 3순위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겼다. 3.3㎡당 3600만원이라는 분양가 자체는 높아 보이지만, 인근 용산동5가 용산파트타워의 3.3㎡당 가격이 365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메리트가 있다는 분석이다.
임대아파트 단지 분양시장도 살아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호반건설이 2기신도시인 판교신도시에서 공급한 민간 임대아파트가 바로 그것. 이달 초 공급한 호반써밋플레이스의 경우 최고 17대1이라는 경이적인 경쟁률을 나타내면 1순위에서 전평형이 마감됐다. 계약률도 대박을 터뜨렸다. 호반써밋플레이스는 예비당첨자 계약을 끝낸 지난 24일까지 178가구가 모두 계약됐다.
김은선 부동산114 연구원은 “1순위 청약자는 실수요자로 보지만, 3순위 접수자라면 실수요라기보다 투자수요라고 봐야맞다”며 “개발호재로 입지가 좋거나 주변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에는 거액자산가들어 언제든지 투자할수 있다는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sb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