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그린인사이드] 짤순이(短打者)의 비애

입력 2010-11-30 07:52 수정 2010-11-3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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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순이(短打者)의 비애를 아시나요?’

‘루저’ 키(신장) 이야기가 아니다. 볼을 쳐서 거리를 내는 야그(口)다.

남서울CC 내리막 4번홀(파5) 티잉 그라운드. 모두가 티샷 준비를 하고 있다. 앞 팀의 세컨드 샷을 한 골퍼들이 안 보이길 기다리면서. 그런데 갑자기 캐디가 주문한다.

“손님은 치셔도 됩니다.”

“앞 팀이 아직 치고 있잖아.”

“괜찮습니다. 그냥 티샷을 해도 무방합니다.”

이는 캐디와 평소 안면이 있어 친한 사이니까 이런 대화가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골퍼가 화낸다. 물론 캐디가 이런 말을 하기 전에 동료들이 먼저 이렇게 뱉는다.

이런 수모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80m 지점을 넘어야 워터 해저드를 무사히 통과하는 아난티클럽 서울의 18번홀(파5). 있는 힘껏 치지만 물에 퐁당. “에구~어디 가서 하소연 하나.”

또 있다. 조금 긴 파3홀. 190m가 넘는다. 고민하다가 드라이버를 꺼낸다. 그리고 하는 말. “잘 맞아도 180이니까 드라이버 쳐도 되지?” 미리 ‘쪽팔림’을 방어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그런데 맞바람이 불면 이것도 안 올라간다. 누굴 원망하랴. 다른 사람은 아이언 4번을 잡는데. 드러내 놓고 웃지는 못하고 키득거리는 캐디.

사실 단타자의 설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홀마다 우드를 잡아야 하고 그것도 온 그린(On Green)이 안 돼 늘 어프로치를 준비해야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이~그...거리를 좀 늘려야.”

“아니, 치마입으면 레이디 티잉 그라운드에서 치게 해줄게. 레깅스도 용서해 주고.”

“아차, 거리가 짧으니까 OB가 안 나네. OB말뚝까지 못가니까. 히히~.”

동반자들의 무한한 놀림 속에서 우리 짤순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일단 꿋꿋하다.

머릿속으로 그래봐야 ‘코스에 다 핸디캡이 숨어 있다’고 믿기에. 장타를 날려본들 반드시 호주머니가 두둑해진다고 할 수 없는 일. 혹시 프로처럼 정교하게 친다면 장타가 유리하겠지만 90타대를 오가는 아마추어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짤순이는 알고 있다. 거리의 핸디캡을 안고도 스코어 줄이는 방법을.

첫째 스코어를 늘리는 불합리한 요소를 먼저 제거하는 방법을 꿰뚫고 있다.

①절대로 OB를 내지 않는다. ②벙커에 빠지지 않는다. ③ 워터해저드는 무조건 피한다. ④러프를 멀리한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샷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

장타욕심이 없어 OB가 안 난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높다. 치기 좋은 장소에 낙하시킨다.

아마추어 골퍼의 벙커샷은 믿을만하지 못하다. 핀에 붙이는 샷이 나오는 것은 우연이다. 스코어를 망치는 곳이 바로 벙커. 여러 번 모래밭에서 푸닥거리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토핑으로 그린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워터해저드도 마찬가지다. 물에 빠지면 비록 벌타는 1타지만 이를 회복하기위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는다. 이 때문에 샷에 무리가 따르고 다시 미스 샷이 발생한다.

러프도 예외는 아니다. 그린까지 거리는 200야드 이상 남아 있고 풀은 의외로 긴데도 용감하게 우드를 꺼내든다. 그러나 샤프트에 풀이 감겨 미스 샷이 나기 마련.

둘째는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파악한다.

파온(par on)되는 확률은 극히 적다. 파온의 정확한 명칭은 GIR(Greens In Regulation)로 파(par)를 잡기 위해 볼이 그린에 온(on)되는 확률을 말한다. 파4홀은 2번, 파5홀은 3번, 파3홀은 1번의 샷으로 볼을 그린에 올리는 것이다.

결국 90타대를 치는 사람은 18개 홀에서 20%안팎이면 대성공이다. 그만큼 매홀 파온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속한다. 이 때문에 고수들은 2번째나 3번째샷을 그린주변에 갖다 놓은 뒤 쇼트게임이나 퍼팅으로 승부를 짓는 것이다. 가끔 어프로치가 들어가 장타자를 ‘멍’때리게 한다.

따라서 짤순이는 자신이 목표하는 스코어의 숫자 조합을 잘 짠다.

퍼팅과 쇼트게임에 자신이 있으면 36타를 기준으로 퍼팅 전까지 53타를 치면 89타. 퍼팅에 약하고 샷의 정확도에 무게를 둔다면 48타로 그린에 도달하고 퍼팅수를 41개로 하면 역시 89타다.

무작정 홀을 공략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강점을 앞세워 한번쯤 숫자 조합의 마력을 발휘해보면 어떨까 싶다.

짤순이는 드라이버 거리는 짧지만 골프생각은 깊고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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