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태풍' 지구촌 강타.. 경제위기 불보듯

입력 2010-12-02 09:41 수정 2010-12-0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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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ECB 금융위기 이후 15조달러 풀어...재정위기 사태 등 모멘텀 불확실

돈은 넘쳐나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막대한 자금을 풀었지만 경기는 여전히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연준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에 투입한 자금이 9조달러(약 1경290조원)에 달한다고 CNN머니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준은 2008년 3월 베어스턴스의 파산과 함께 금융권이 초토화하면서 베어스턴스에 약 9000억달러를 투입한 것을 비롯해 메릴린치와 씨티그룹, 모간스탠리에 각각 2억달러를 쏟아부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골드만삭스에도 각각 5000억달러 이상이 투입됐다.

연준은 그동안 금융위기 당시 은행권에 투입된 자금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비난을 받았지만 이날 금융기관별로 지원내역을 밝혔다.

이들 자금은 모두 연 0.5~3.5%의 저금리로 지원됐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자금 지원 규모가 예상보다 상당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퓨전IQ의 베리 리톨츠 이코노미스트는 "아무리 연준이라도 금융권 지원 규모는 엄청난 숫자"라면서 "사태가 매우 심각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CB가 금융위기 이후 금융권에 쏟아부은 자금은 4조6000억유로(약 6조달러)에 달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풀어놓은 자금만 15조달러(약 1경7150조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날 2008년 10월부터 부실 은행 자본 확충과 긴급 유동성 지원, 예금 및 기업대출 보증을 위해 각 회원국이 모두 4조5890억유로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EU집행위에 따르면 체코를 비롯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에스토니아 등을 제외한 22개 회원국이 금융업계에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국가별로는 영국이 8503억유로를 투입해 가장 많았고 재정위기 사태로 구제금융을 결정한 아일랜드가 7233억유로를 기록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아일랜드가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부실 은행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이 결국 재정위기 사태를 불러왔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EU집행위는 앞으로 은행권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 기준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EU집행위는 은행에 대한 정부보조금 지원이 이뤄질 경우, 구조조정 계획 제출이 선행되도록 요건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엄청난 돈이 풀렸지만 경기회복 모멘텀은 여전히 확실치 않다는 사실이다.

금융위기는 유럽의 재정위기로 이어졌고 상황은 개선되기는커녕 악화일로다.

아일랜드가 지난달 말 구제금융을 결정한 뒤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 재정위기 사태가 전염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국가 및 기업들의 자금조달원인 채권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대표적인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벨기에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 4%에 육박했으며 유로존의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 역시 2.6%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탈리아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 10년물의 스프레드는 200bp(2%포인트) 이상으로 커지면서 1997년 이후 최대폭으로 벌어졌다.

미국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연준은 경기평가보고서인 베이지북을 통해 지난 10월 8개 지역의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입장에서 경기회복 판단 지역을 10개 지역으로 늘렸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는 평가다.

베이지북을 통해 연준은 고용활동이 대부분 지역에서 다소 개선됐다고 내다봤지만 경기상황 자체를 상향하지는 않았다.

연준은 불과 10여일 전인 지난달 23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3.5%에서 2.4~2.5%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 역시 기존 3.5~4.2%에서 3.0~3.6%로 끌어내렸다.

경제지표 역시 혼조 양상을 지속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지표들은 예상보다는 좋았다. ADP의 민간고용은 11월 9만3000건 증가했고 10월 건설지출은 감소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0.7% 증가했다.

그러나 공급관리자협회(ISM)의 제조업지수는 56.6을 기록해 예상보다는 좋았지만 전월의 56.9에서 하락했다.

금융위기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침체 일로다.

미국 주요 20개 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는 9월 전월 대비 0.7% 하락했다.

이는 0.3% 하락할 것이라던 전문가 예상치를 2배 이상 넘어서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 이자 및 원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줄지 않으면서 압류 주택 건수가 증가할 것이라며 부동산시장의 부진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데이비드 블리처 S&P 지수위원회 회장은 “경제 상황은 주택시장에 여전히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주택차압으로 인한 잠재적 공급물량이 시장에 부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 역시 베이지북을 통해 주택시장과 관련 "여러 지역에서 여건이 추가로 약화됐다”면서 "주택시장은 여전히 침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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