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현대건설 인수 의지가 무서울 정도로 집요하다.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에서 탈락한 후 결과를 승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의 자금 출처에 의문점이 제기되자 법적 분쟁을 불사하는 강경책으로 돌아섰다. 또 현대건설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외환은행에 예치했던 예금 1조원을 인출하는 등 압박에 나섰다.
정 회장이 현대건설 인수에 이처럼 집착하는 이유는 현대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성과 함께 옛 현대그룹의 복원이라는 명분이 크게 작용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기회를 놓치면 현대건설을 다시 찾아올 수 없다는 절박함에 따른 마지막 승부수로 간주되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자금과 관련해 현대차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현대차 임원을 고소한 현대상선·현대증권 등을 무고 및 명예훼손혐의로 검찰에 고소한다”고 밝히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
또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와 현대그룹 MOU 체결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위법과 부당한 업무 수행을 지적했다. 금융감독당국에 공정한 조사를 요구하는 공문도 발송한 상태이다. 전방위적으로 외환은행과 현대그룹 압박에 나선 것이다.
특히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에 대한 압박은 현대그룹과 체결한 MOU의 무효화를 유도하기 위한 노림수다. 외환은행으로서는 거액의 예금이 인출되는 일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자칫 현대차그룹이 외환은행과의 주거래은행 관계를 청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주거래은행을 상대로 거액의 예금을 인출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행동은 주거래은행 임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이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이후에도 “현대건설을 꼭 다시 되찾아와라”라고 고위 경영진에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공세에 대해 현대그룹과의 MOU 체결당사자인 외환은행의 태도도 초기와 달리 조금씩 바뀌는 듯 하다.
외환은행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대그룹에게 오는 7일까지 대출계약서 등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며, 제출된 자료가 미비할 경우 MOU 해지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에 따라 MOU가 해지되면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는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과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외환은행의 MOU 해지 조치에 대해 법적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현대건설 M&A전은 갈수록 꼬일 수 밖에 없다.
정몽구 회장의 현대가 복원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가 결실을 맺을 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