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끝으로 이른바 ‘신한 빅3’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이들의 거취도 조만간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검찰이 3인방 모두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면서 이들에 대한 동반퇴진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검찰은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과 라 전 회장, 이백순 신한은행장을 불구속 기소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최종 법리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이희건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15억여원의 일부를 본래의 목적과 달리 사용한 것으로 보고 횡령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시작돼 3개월을 끌어온 ‘신한사태’의 결론이 조만간 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보강조사 여부를 검토한 후 이르면 이달 중순까지 결론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사태’는 지난 9월2일 신한은행이 신 사장을 부당대출 및 자문료 횡령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신 사장이 “라 전 회장과 이 행장도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일부를 꺼내 썼다”고 주장하면서 ‘빅3’ 모두 횡령 의혹에 연루됐다.
이들 3명 모두 불구속 기소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사법당국의 기소여부가 예상대로 확정되면 당사자들이 스스로 이사직을 포기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현재 등기이사직만 유지하고 있는 라 전 회장과 직무정지 상태인 신 사장 그리고 이 행장 모두 자진사퇴 수순을 밝게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반면 3명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 회생의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된다.
지난달 25일 신한지주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사외이사들 역시 사실상 ‘이들의 이사직 사퇴여부는 검찰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윤계섭 특위 위원장은 이날 “(이사직 사퇴여부는) 고소사건이라 기관이 결정할 문제이지 우리가 정죄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의 이사직 유지여부를 결정할 최종 권한은 주주총회에 있다. 신한지주의 정기 주총은 내년 3월 열린다. 그 때까지는 검찰의 기소여부와 관계없이 본인들의 판단에 따라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3인 중 누구든 일단 사법당국의 기소가 결정되면 이사직 사퇴 압박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 현직 유지가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3명이 모두 기소가 되는 최악의 상황이 된다면 모두 자진사퇴하고 이사회와 특위에 모든 것을 맡길 가능성이 크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현재 신한금융은 류시열 비상근이사가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어 그룹 운영에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한편 8명의 사외이사와 류시열 회장으로 구성된 신한지주 특위는 오는 9일 3차 회의를 열어 ‘회장-사장-행장 체제’로 돼 있는 지배구조를 바꾸는 작업에 본격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날 회의에는 외부 컨설팅 회사도 참여한다.
특위는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끝낸 후 차기 경영진을 선임할 계획이다. 윤계섭 위원장은 “내년 주총 전 이사회에서 차기 CEO를 결정하고 주총에서 승인을 받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은행간 영업경쟁이 치열한 점을 감안할 때 은행장 공백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조직을 안정화 시킨 은행들이 영업을 강화하고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장의 공백을 리스크가 크다”면서 “이를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은행장 직무대행 선임 논의 등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