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경영복귀 후 그룹 분리가 속도를 내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지난해 7월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과 회사 경영과 관련 갈등을 빚고 해임 당했지만 채권단과 합의한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라 불명예 퇴진 8개월 만인 지난 3월 경영에 복귀했다.
박 회장의 경영복귀 이후 금호석유화학의 독자경영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다. 박찬구 회장의 지시에 따라 사소한 것에서부터 굵직한 부분에 이르기 까지 금호아시아나와 전혀 다른 회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경영복귀 후 지난 1일 첫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금호석유화학 등 화학계열사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분리 경영을 시작한 이후 처음 발표된 것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화학계열사의 내부 통합과 분리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8월말 회장 부속실도 신설했다. 화학 계열사의 경영전략과 함께 감사·법무·홍보 업무 전반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맡겼다. 신입사원도 따로 뽑고 있다. 지난 7월엔 처음으로 독자 공채를 진행했다. 내년에는 화학계열사까지 독자 공채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처럼 사업적인 부분에서 분리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박찬구 회장은 대내외적으로 분리 의지를 보다 분명히 밝히고 있다. 지난달 초 금호석유화학과 산하 화학 계열사들은 금호아시아나그룹 CI 사용을 전면 중단했다. 이에 따라 명함, 배지, 인터넷 홈페이지 등 외부 홍보물과 내부 문서에 쓰이던 금호 CI도 모두 삭제했다.
금호석유화학를 비롯한 화학 계열사들은 그동안 빨간 날개를 기역자 모양으로 형상화한 금호그룹의 CI를 함께 사용해 왔다. 실제로 금호석유화학의 부장급 이상 직원들 명함에는 기존 로고가 있던 자리가 여백으로 남아있다. 다른 직원들에게도 CI가 삭제된 새로운 명함이 보급될 계획이다.
현재 금호석유화학 임직원들 사이에는 독자경영을 통해 일류 화학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다. 회사가 최근 유화 업종 호황 속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리며 업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금호석유화학은 폴리카보네이트(PC)의 원료인 비스페놀-A(BPA)를 제조하는 금호피앤비화학, 경질 폴리우레탄 원료인 메틸렌 디페닐 디이소시아네이트(MDI) 제조업체인 금호미쓰이화학, 합성고무 일종인 에필렌프로필렌다인(EPM) 제조업체인 금호폴리켐 등 우량한 국내화학회사와 중국내 화학법인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현재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보면 금호석유화학과 화학계열사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포함돼 있지만 내년 4월쯤 완전히 분리되며 공식적으로 각자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지붕 두가족 같은 어색한 동거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