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순의 일본이야기]몸·마음 녹여주고 입맛 살려주는 '료칸'

입력 2010-12-06 11:14 수정 2011-02-0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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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간의 일본생활을 통해 필자에게 생긴 습관 가운데 하나가 지진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크고 작은 화산대와 지진대가 열도전체에 걸쳐있는 일본에서는 하루 한번 정도는 지진관련 소식을 접하게 된다.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는 만큼 익숙해지기도 하고, 그에 대한 대비도 자연스러워질 수밖에. 세상 모든 일에는 밝고 어두운 면이 있다 했던가. 활동이 왕성한 일본대지는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을 만큼 독특한 온천문화를 일본인들에게 선물했다.

낙엽이 하나둘 떨어지는 이맘때면 많은 일본인들은 온천여행을 계획한다. 전국 각지의 유명한 온천에서 묵은 때도 벗겨내고 한 해의 피로도 씻어내는 휴식 여행인 셈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일본특유의 숙소 료칸(旅館)이다. 우리말 여관과 동일한 한자표기를 사용하는 료칸은 말 그대로 여행자를 위한 숙소이다. 같은 숙소이지만 료칸에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

료칸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화산성분의 유황천이 온천의 대다수를 차지해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어려운 형태의 온천이 많이 있다. 하천자체가 온천인 경우나 모래사장을 흐르는 온천으로 인해 모래찜질이 온천욕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온천수도 함유된 성분에 따라 다양한 색상을 띠고 그 효능도 각양각색이다. 이처럼 다양한 온천들만큼이나 료칸도 다양하다. 눈 덮인 깊은 산속의 산장 같은 료칸도 있고,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료칸도 있다. 자신의 기호에 따라 각양각색의 료칸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료칸에는 전통이 살아 숨 쉰다. 대개 객실은 일본의 전통식 바닥재인 다다미객실로 내부에는 전통소품을 사용하여 꾸며져 있다. 숙박 객에게는 유카타라는 일본식 욕의(浴衣)도 제공된다. 료칸 자체의 전통을 중시해 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료칸들도 많이 있다.

온천욕을 위한 숙소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일본문화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 역할까지도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관리상의 이유로 침대객실과 다다미객실을 적절히 혼합한 료칸들도 생겨나고 있지만, 실내 인테리어를 활용하는 등 이들 속에도 전통의 자취는 남아있다.

마지막으로 료칸에는 특별한 서비스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고 밝은 미소로 숙박 객을 접대하는 오카미상을 들 수 있다. 료칸을 우리네 주막에 비교하자면 오카미상은 주모에 해당한다. 특별한 서비스의 극치는 바로 오카미상이 차려내는 카이세키 요리다.

일본의 코스형 정식요리를 뜻하는 카이세키 요리는 먹는 동안 세 번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처음은 눈의 즐거움이다. 각각의 요리들을 그에 어울리는 그릇에 담아 마치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함으로써 손님의 시각을 자극한다.

다음은 코의 즐거움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중요시하는 카이세키 요리는 먹는 이로 하여금 계절별 재료 특유의 신선한 풍미를 느끼게 해준다. 세 번째 즐거움은 요리 자체의 맛, 입의 즐거움이다. 음식 하나하나의 내어놓는 순서까지 고려할 만큼 세심한 정성이 담긴 카이세키 요리는 맛에 있어서도 최고를 자랑한다.

정성된 서비스와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다양한 모습을 지닌 료칸은 대자연 속에서 만끽하는 몸과 마음의 휴식여행을 위한 최적의 장소이다. 료칸여행을 준비하는 분들께 필자가 한 가지 팁을 전한다. 겨울에만 여러 온천마을을 다녀보기 보다는 한 곳의 온천마을을 정해두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기 다른 계절에 그곳을 찾아가 보시라.

료칸여행의 진정한 묘미는 4계절마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는 일본의 풍경을 즐기는 것이다. 다음 내용에서는 수많은 온천마을과 료칸들 가운데에서도 일본인들이 손꼽는 3대 온천마을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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