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상승 행진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서민들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최근 전세시장은 집값 상승에 대한 불확실성, 공급물량 부족, 재개발·재건축 이주수요, 학군수요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해 비수기임에도 아랑곳없이 가격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정부는 “대책 마련 단계가 아니다”라고 못 박고 있지만 쉴세 없는 전셋값 급등에 서민들의 빚은 늘어만 가고 있다.
7일 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 조사에 따르면 전국 전셋값은 지난해 2월부터 22개월째 꾸준히 상승했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인 전세가율도 높아지고 있다. 전국 평균 전세가율은 56.8%로 2006년 4월의 57.1%에 근접했다. 서울의 전세가율은 44.0%를 기록했다. 강남 11개 구의 전세가율은 42.1%로 2006년 3월의 42.6% 이후 4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북의 14개 구도 지난달 46.3%를 나타냈다. 2008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셋값 상승세는 비수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집값 조사가 시작된 1986년부터 올해까지 24년간의 11월 전세가격 변동률은 평균 서울 -0.5%, 전국 -0.2%였으나 올해는 서울 0.8%, 전국 1%로 상승하며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국민주택기금에서 장기저리로 무주택 서민과 저소득 근로자에게 지원하는 ‘서민·근로자 전세자금’ 대출액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서민·근로자 전세자금은 연 소득이 3000만원 이하인 가구를 대상으로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전세로 얻을 경우 최대 6000만원(3자녀 이상 가구는 8000만원)을 연리 4.5%에 최장 6년까지 국민주택기금에서 융자해 주는 것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말까지 서민·근로자 전세자금 대출액은 4조17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의 대출실적(3조99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가을 이사철을 맞아 대출액이 급증했다. 올해 8월까지만해도 전세자금 대출액은 3조2000억원으로 월평균 4000억원 정도였으나 9월과 10월 두 달 동안은 9700억원이 대출돼 월평균 485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의 전세자금 대출액은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해 연간 실적(4조77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셋값 상승이 서민들의 목을 조르고 있지만 “수급불균형이 해결되기 전에는 뾰족한 답이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입주물량의 급감으로 내년에는 전세난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부동산정보업체들에 따르면 내년 전국 입주물량은 약 19만~20만가구 정도로 올해보다 약 40%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 2008~2009년 금융위기로 건설경기가 좋지 않자 건설사들이 아파트 신규공급을 뒤로 미뤘기 때문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의 상황은 주택가격 안정으로 동반되는 전셋값 상승이라고 진단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향후 2~3년간은 주택공급 감소로 인한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