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보호·건전성 규제 분리해야"

입력 2010-12-0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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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 보호법 제정, 보험사에 미칠 영향은…]<2> 외국의 사례

최근 금융상품의 구조가 복잡해 지고 판매채널이 다원화 돼 가는 가운데 금융소비자의 불만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선진국에서도 복합금융상품 또는 위험이 큰 상품에 대해 판매시 미진한 설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시 소비자에게 피해가 그대로 전가된다. 이에 금융 선진국들은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규제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론화해 왔다.

우리나라 역시 복잡 다양해진 금융상품들이 넘쳐 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재 금융소비자 보호를 규율하는 법률이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금융권별 개별법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감독체계 등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때문에 상당 부분 처음과 다른 내용들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문가들은 금소법에 대해 선진국들의 사례를 비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 적합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 공통기준 소비자보호 정립 필요 = 현재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인 제도는 각 업권별로 상이하다. 예컨대 은행법은 소비자보호와 관련해 약관의 변동, 경영공시에 관한 사항만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금융투자상품의 경우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는데 소비자보호와 관련해 대부분 법률로 규정하고 있지만 상품공시와 개인정보보호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 보험업법은 자본시장법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자본시장법에 존재하는 손해 배상책임과 관련한 규정은 없다.

더구나 과거와는 달리 금융업무간 통합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구분이 모호해지거나 금융권간 중첩되는 영역이 생기고 있다. 가령 변액보험과 펀드 상품이 결합할 수 있고 보험상품과 파생상품이 결합할 수도 있다. 변액보험의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면 자본시장법을, 아니면 보험업법만 적용받는다.

복잡 다양한 금융상품에 업권마다 적용하는 법률이 차이가 남에 따라 금융과 관련된 분쟁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기능별 업권을 규제하는 통합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필요하고 특히 일원화된 감독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즉 단일한 감독자가 단일한 기준을 가지고 규율할 수 있을 때 정책적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난 6월 정부는 공청회를 통해 금융감독체계와 금융분쟁조정제도 등을 개선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금소법의 얼개를 담은 용역보고서를 발표했다.

◇ 시장 입장 적어…업권별 특수성 무시 =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 금소법은 많은 내용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는 분위기다. 6월 공청회 이후 금소법이 업권별 특수성을 무시해 오히려 소비자 보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각 업계가 반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업현장에서 행해지는 관행과 방법의 차이가 있다면 동일한 기준을 가지고 규율하는 것은 적절성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변액보험상품과 펀드는 투자성이라는 측면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실제 영업방식를 살펴보면 변액보험은 보험의 성향을 가지고 있어 방문 권유가 많은데 반해 펀드는 자발적 가입이 많다.

또 각 업권별로 보면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 범위가 다른 만큼 또 다른 법적 규제는 이중 삼중의 규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보험업의 경우 이미 상법 보험편을 통해 설명의 의무가 부과돼 있으며 변액보험도 설명의 의무가 부과되도록 보험업법을 개정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진 상태다. 이 같은 중복 규제는 금융회사의 재무 건전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 해외도 관련법 제·개정 추진 = 현재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금융 환경에 적합한 방안을 찾기 위해 해외 선진국들의 금소법 사례들을 비교 연구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들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관련 법률의 제·개정을 추진중에 있다.

선진국들의 금융 규제는 조금씩 다른데 대개 미국, 캐나다 등이 권역별 규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영국과 동일 등이 통합적인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우선 일본과 캐나다는 소비자보호를 위해 별도의 법을 제정하거나 감독기구를 창설했다. 일본은 금융상품판매법을 제정해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된 일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개별 금융상품 및 서비스와 판매조직에 대한 규제는 금융상품거래법이나 보험업법 등 개별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캐나다는 별도의 법률을 제정해 소비자보호를 위한 감독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했지만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규정은 금융소비자보호원법인 아닌 개별업법에서 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률 및 감독체계 개선을 추진했다. 미국은 금융규제개혁법을 제정해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내부에 금융소비자보호국(CFRB)을 설치했다.

영국은 영란은행 내에 금융정책위원회를 두고 건전성 감독을 하고, 영란은행의 자회사로 건전성 규제청을 만들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감독한다. 또 소비자보호업무는 소비자보호시장청을 통해 책임을 맡길 계획이다.

보험연구원 오영수 박사는 “업권마다 성격이 다르므로 소비자 보호와 건전성 규제는 분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직 논의가 더 이뤄져야 하는 만큼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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