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 시장을 잡기 위한 기업 간 전쟁이 뜨겁다. 폴리실리콘은 태양전지에서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하는 물질로,‘태양광 산업의 쌀’로 불리고 있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올 하반기 들어 배 가까이 뛰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축됐던 태양광 시장이 올 들어 되살아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삼성, LG, SK 등 국내 대기업이 참여할 뜻을 밝히고 나섰고 기존 강자들은 시장 수성에 온 힘을 다쏟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폴리실리콘 시장 1위이자 세계 2위 업체인 OCI는 1조8800억원을 투자해 2만7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 증설을 추진하며 고순도 폴리실리콘 시장 선점에 나선다.
OCI는 전북 군산공장 부지 내에 연산 2만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제4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12월부터 공장건설에 착수, 오는 2012년 10월까지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완공할 예정이다.
또 제4 공장 건설과 병행해 폴리실리콘 제3공장의 디보틀네킹 (Debottlenecking, 병목구간을 없애 생산효율을 높이는 것)을 통해 연산 7000톤 규모의 추가증설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달 부터 공장건설에 착수, 오는 2011년 12월까지 28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오는 12월말 완공목표로 현재 시운전중인 연산 1만톤 규모의 제3공장과 더불어 제3공장의 2차례에 걸친 디보틀네킹(1차 8000톤, 2차 7000톤)이 완료되는 2011년 말에 OCI는 총 4만2000톤의 생산능력으로 세계 1위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공급업체의 입지를 확고히 하게 된다.
2012년 10월 폴리실리콘 제4공장 건설이 완료되면 총 6만2000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하며 세계 1위 폴리실리콘 업체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현재 세계 폴리실리콘 시장은 미국 헴록,한국 OCI,독일 바커 등 상위 3개 업체가 세계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 헴록은 연간 3만5000톤, 독일바커는 2만5000톤, 미국 MEMC는 연간 1만3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할 수 있다.
OCI는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연산 2만톤의 폴리실리콘 제4공장 건설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폴리실리콘 산업은 설비 투자비가 많이 투여되는 자본집약적인 산업으로 통상 폴리실리콘 공장 건설비는 kg당 100달러 수준이다.
OCI 관계자는 “이번 대규모 증설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고순도 폴리실리콘 제품의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생산기반을 확보하게 됐다”며 “기존 고객의 니즈 충족과 신규 고객 선점으로 시장지배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삼성, LG, SK 등 주요 대기업들도 폴리실리콘 진출을 적극 타진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현재 울산공장에 폴리실리콘 합작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미국 실리콘 제조업체인 MEMC와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사업 참여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LG는 태양광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기 위해 LG화학의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적극 검토 중이며 조만간 사업참여 계획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LG전자가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는 가운데, LG실트론과 LG이노텍, LG CNS가 각각 웨이퍼, 태양광모듈, 태양광발전소 시공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SK케미칼도 울산공장에 폴리실리콘 파일럿플랜트 건설을 마무리 짓고 시험 생산에 들어간다. 내년부터 공장 규모 및 추후 생산계획을 세우고 연산 5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제조공장을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8월 세계 4위의 태양광업체 솔라펀(중국)을 인수했다. 솔라펀은 연 8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갖고 있는 업체. 이로써 한화그룹은 태양광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 생산에서부터 태양전지 모듈에 이르기까지 태양광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