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경영]⑪태광그룹 ‘일주&선화 갤러리’

입력 2010-12-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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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국적 초월한 예술… ‘미래 비전’ 담아

‘해머링 맨’은 신문로 흥국생명 빌딩 초입서 문지기 노릇을 하고 있다. 이 거대한 위용에 놀라고 나면 빌딩 1층에서 독특함과 위트로 똘똘 뭉친 설치작품들을 만난다. 이 작품들은 각자 다르지만 통일된 분위기를 연출해서 가볍지만 않은 분위기를 낸다. 엘리베이터옆 아래로 보이는 분수공간은 갤러리 올라가는 길에 아찔함을 선사한다. 3층으로 올라가는 투명계단은 훈민정음을 형상화한 또 하나의 작품이다. 층 아래가 훤히 보이는 아찔한 계단을 뒤로 하고 만나는 빨간 벽의 건물, 그 곳이 일주&선화 갤러리다.

일주&선화 갤러리는 2010년 3월 15일에 첫 문을 열었다. 태광그룹이 설립한 선화예술문화재단이 661㎥(200평)규모로 운영한다. 갤러리 대표는 이임용 회장의 부인이자, 현 이호진 회장의 모친인 이선애 여사(82)가 맡았다. 일주&선화 갤러리는 올 한해 35억원 규모의 미술문화사업을 벌일 계획이다.‘6대륙 주요작가’전 등 해외작가 초빙 전시, 국내외 주요 작가 전시를 지원하고 일반인 참여대상 사진공모전, 문화예술관련 출판 등에 나서고 있다.

일주&선화 갤러리의‘일주’는 태광그룹 창업자인 고(故) 이임용 회장(1921~1996)의 호다. 고(故) 이 회장은 재계에서도 내실경영으로 유명하다. 고(故) 이 회장의 영향으로 태광그룹은 겉의 화려함보다 속을 중시해오는 사풍을 유지해왔다. 여타 재벌그룹과 달리 번듯한 사옥 하나 없는 것이 태광의 사풍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일주&선화 갤러리는 이러한 태광의 내실경영을 따라 갤러리를 화려하게 꾸미기보다 내실있는 작품으로 구성하고 있다.

개관전‘추사 김정희부터 박수근까지’까지는 미술계에서도 알찬 작품들로 구성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미술사에 중요 작품들을 선정하여 성공적인 전시전을 했다는 평가다. 이어 19∼20세기 한국 대표작가 70명의 작품 150여 점을 볼 수 있는‘한국미술, 근대에서 길찾기’전은 개관전에 이어 한국미술의 맥을 이어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일주&선화 갤러리는 국내외 작가 전시를 통한 문화예술 교류, 창작 지원, 심포지엄 개최 외 교육분야 후원 등 다채로운 문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일주&선화 갤러리는 △문화시민 양성을 위한 예술 △다양한 국내외 전시를 통해 폭넓은 세계 문화 수용을 위한 예술 △영상 예술사업 활성화 지원을 통해 미래를 여는 예술이라는 비전으로 문화사업을 행해오고 있다.

일주&선화 갤러리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다채로운 시선으로 조망하는 국내외 예술 문화활동을 지원하고 동양과 서양 , 작가와 대중을 잇는 전시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일주&선화 갤러리 관계자는 “장르와 국적을 초월하여 모든 것을 수용함으로써 미래를 향한 더 큰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일주아트스페이스는 그동안 신진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지원전을 전개하여 작가에게는 전시와 함께 본인의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제공한다. 한편 국내외 작가의 작품을 다양한 장르를 통해 소개하여 대중들의 문화예술 향유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한가지 눈여겨볼 점은 일주&선화 갤러리는 서울 중심에 공공 미술작품 설치 및 문화예술지원을 한다는 점이다. 대중들로 하여금 손쉬운 미술 관람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게 한다. 이는 모두 더불어 함께하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갤러리의 정체성이 반영돼있다.

흥국생명 빌딩 앞에 서 있는 조너던 브로프스키의 ‘망치질 하는 사람’ 조각품으로 친근한 태광그룹은 1990년부터 일주학술문화재단을 만들어 장학사업과 문화예술지원사업을 해왔다. 하지만 예술 분야 지원을 보다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올해 초 선화예술문화재단을 따로 설립했다.

태광그룹의 모기업인 태광산업과 케이블 방송사인 티브로드 등 계열사들이 20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선화예술문화재단은 국내외 주요 작가들의 전시회 및 유망작가 발굴, 일반인을 위한 미술교육, 문화예술관련 출판과 심포지엄 후원 등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6대륙 작가 초청 현대 미술전=오는 1월30일까지 일주&선화 갤러리에서 열리는 6대륙 작가 초청 현대 미술전 ‘Mirrors of Continuous Change’은 한국작가 1명을 포함해 유럽, 미주는 물론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전 대륙에서 26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국제 미술전으로 총 60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26명의 작가는 70대 거장에서 20대 젊은 작가까지 다양한 세대로 구성됐으며, 자신만의 예술영역을 구축하며 독창적 화풍으로 주목 받고 있는 작가들이다. 한국작가로는 유일하게 이기봉이 참여하고 자연과 인간과의 교감에 주목하는 나바르 바사르(Natvar Bhavsar·인도), 싱고 프란시스(Shingo Francis·미국·일본)와 색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통해 기(氣)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소한 콰드리(Sohan Qadri·인도) 등의 작품이 선보인다.

또 종교와 국가에 대한 의미를 작품 속에서 찾아가는 무하메드 타하 후세인(Muhammed Taha Hussein·이집트)과 작품을 통해 우주의 역사와 인간의 삶을 깊이 있게 통찰하는 크리스티나 바로소(Cristina Barroso·브라질) 등도 참여한다.

이들 26명의 작가는 국적과 언어를 초월해 평면과 입체, 인간과 자연, 동양과 서양이라는 이분법적 한계를 뛰어넘는 60점의 작품을 통해 변화와 성장의 의미를 되새겨 볼 것이다. 특히 이들 작가는 회화, 설치미술,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주제를 해석해 관객들에게 다채로운 볼 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Mirrors of Continuous Change’는 네덜란드 출신 설치 미술가 프리 일겐이 총 기획을 담당했으며 기획부터 대상작가 추천 및 작품선정, 디스플레이 등 2년여에 걸친 준비기간을 거쳤다.

특히 시작 단계부터 소재·주제 발굴, 디자인, 전시에 이르기까지 재단이 직접 나서 전시를 기획했다는 측면에서 기업의 문화지원에 있어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채문정 큐레이터는 “26명의 작가는 해외에서는 이미 작품성과 표현기법 등으로 각광받고 있는 작가이지만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작가가 많다”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국내 미술팬들은 ‘만물의 변화’를 주제로 각각 다르게 표현된 다양한 작품을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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