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루스코니, 신임투표 승리...최대 위기 넘겨

입력 2010-12-14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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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14일 상하 양원의 신임투표에서 예상을 깨고 승리해 최대의 정치위기를 넘겼다.

AP, AFP 등 외신들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열세가 예상되던 하원 신임투표에서 314표를 얻어 야권이 얻은 311표를 불과 3표 차로 앞지름으로써 16년에 걸친 정치경력에서 가장 심각했던 이번 위기를 극복했다. 기권은 2표였다.

앞서 이날 오전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우위를 점하고 있던 상원의 신임투표에서 162표를 얻어 야권의 135표를 가볍게 제치고 승리를 거뒀다.

이에 따라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는 의석 분포에 있어 다소 불안하기는 하지만, 일단 2013년 차기 총선 때까지 임기를 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하원 신임투표에서 예상을 뒤엎고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승리하자 로마 등 이탈리아 주요 도시에서는 학생과 노조원 등으로 이뤄진 수만 명의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하며 폭죽과 유리병을 던지는 등 과격한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진압에 나섰다.

이날 상하 양원은 열띤 논쟁을 벌인 후 투표에 들어갔으며, 특히 하원에서는 투표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지지하는 의원들과 반대파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여 한동안 투표가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올해 74세로 언론재벌 출신인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1994년 처음 정계에 입문해 총리직에 오른 뒤 2001년과 2008년 선거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부패와 섹스 스캔들, 권력남용 의혹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올 들어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지난 7월 오랜 동지였던 지안프랑코 피니 하원의장이 결별을 선언한 후 신임투표까지 치르는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이날 투표 결과로 일단 현 정부는 2013년까지 임기를 마칠 수 있게 됐지만, 집권당이 의회 내에서 매우 근소한 차이로 불안한 다수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조기총선을 치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이탈리아 정치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 당수 피에르 루이기 베르사니는 투표 직후 “베를루스코니의 생존은 피투성이 승리에 불과하다”며 “현 총리는 더 이상 정부를 이끌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반부패 검사 출신으로 ‘이탈리아의 가치’ 정당을 이끌고 있는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는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더이상 정부를 끌고 갈만한 다수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라며 “좋든 싫든 베를루스코니의 정치 경력은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자유국민당(PdL)의 파브리치오 시치티 의원은 "베를루스코니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상하 양원의 신임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13일 의회연설을 통해 현 정부가 물러나게 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을 휩쓸고 있는 채무위기의 소용돌이 속에 이탈리아가 빠져들게 된다며 정부를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또 반대파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개각을 통해 중도파 의원들을 정부에 참여시키겠다고 밝혔지만, 그의 최대 동맹세력인 북부연맹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실제 실현될지는 분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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