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빠진 현대건설 채권단

입력 2010-12-1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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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해도 안해도 법적 논란 불가피...매각중단 선언 전망도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채권단이 요구한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대출 증빙자료로 해당 은행이 발급한 제2차 대출확인서를 채권단에 제출함에 따라 일단 양해각서(MOU)체결의 공은 채권단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에 채권단은 15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현대그룹이 제시한 2차 대출확인서의 내용을 검토한 후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지만 쉽사리 입장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딜레마에 빠졌다.

MOU를 해지하기도, 매각일정을 진행한 후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거부하는 것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채권단과 현대그룹, 현대차그룹간 복잡한 소송전과 정치권까지 가세하는 형국이여서 매각 과정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이날 현대그룹이 제시한 2차 확인서의 내용을 검토한 후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채권단의 대응에 따라 현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채권단 사이에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법리 공방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그룹이 제출할 예정인 문서는 나티시스은행이 보증한 확인서로 지난 3일 채권단에 제출했던 문서와 같은 종류다. 1차 확인서 당시엔 나티시스은행은 1조2000억원의 대출이 무담보·무보증이라는 사실을 보증했으며, 이번에는 “제 3자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보증한 사실이 없다”고 보장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또다시 확인서를 제출하자, 곤혹스러워 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문건이 채권단이 요구한 대출계약서와 텀시트(세부계약조건을 담을 문서)가 아니어서 또다시 논란의 불씨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현대그룹은 “본건 대출과 관련해 현대상선 프랑스법인과 나티시스은행 간에 텀시트가 작성되거나 체결된 적 없기 때문에 텀시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즉각적인 논평은 자제하면서, 일단은 현대그룹이 낸 2차 대출확인서를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확인서의 효력을 인정할지 △한번 더 자료제출을 요구할지 △아예 주주협의회를 열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바꿀지 △매각절차 중단을 선언할지 예단키 어렵다.

하지만 상황이 어찌되든 채권단이 쉽사리 입장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채권단이 2차 확인서를 증빙서류로 인정할 경우 현대차그룹이 매각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 등에 나서고 증빙서류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현대그룹이 ‘양해각서 해지금지 가처분 신청’의 법원 판결을 기다려 대응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복잡한 소송전을 감안할 때 현대그룹을 탈락시키고 예비협상자인 현대차그룹과 협상을 진행하는 것도 상당한 무리수가 따른다. 채권단이 매각 중단을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2차 확인서가 1차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국회에서도 국정조사권 발언을 해 채권단이 쉽게 판단할 수 없을 것”이라며 “특히 민·형사 소송전으로 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장기표류할 개연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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