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성남 일화의 신태용 감독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인터 밀란(이탈리아)과 4강전을 앞두고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두겠다며 후회 없는 승부를 다짐했다.
신태용 감독은 14일(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있는 자예드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기적은 단 1% 가능성만으로도 일어난다. 내가 보기엔 우리가 이길 확률이 솔직히 30~40%다. 이 정도면 기적이 일어나고도 남을 만하다”며 해볼 만한 경기가 될 것이라 자신했다.
이어 신 감독은 상대를 꺾을 비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떤 무기를 사용할지는 경기장에서 직접 보면 안다. 우리가 상대보다 약하기 때문에 비장의 카드를 쥐고 있어야 한다”며 인터 밀란 맞춤형 전략을 끝까지 숨겼다.
신 감독은 상대 주요 선수로 디에고 밀리토(아르헨티나)와 베슬러이 스네이더르(네덜란드), 사뮈엘 에투(카메룬) 3인방을 꼽으며 “절대 1대 1로 막을 수 없다. 협력수비로 그들을 막다가 공간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신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최성국도 성남의 출사표에 획 하나를 더 그었다. 중동에서 좋은 기억이 많다는 최성국은 출국 직전 미디어데이 당시 감독이 밝힌 것처럼 “사고 칠 준비가 돼 있다. 한국에도 이런 팀이 있구나 하고 감탄할 수 있게끔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한편 인터 밀란의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은 필승을 확신하고 나섰다.
4강 직행 티켓을 받아 성남과 첫 경기를 치르는 베니테스 감독은 “베스트 멤버로 구성해 출격할 것이다. 이기려고 온 만큼 이길 수 있는 선수들로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유럽 대륙을 호령한 팀이지만 세계 정상 클럽 간의 싸움이기 때문에 이번 대회는 유독 특별하다는 베니테스 감독은 “슈팅이 좋은 밀리토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의 컨디션이 절정”이라며 승리를 낙관했다.
이어 성남에서 주목할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내 팀이 아닌 선수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하고는 “이탈리아 축구가 또다시 한국에 패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에 일격을 당한 이탈리아의 클럽팀 감독답게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쳤다.
성남이 16일 오전 2시부터 치르는 인터 밀란과 경기에서 세계 최강의 벽을 허물고 중동발 기적을 만들 수 있을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