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이 오는 22일까지 현대그룹과 양해각서(MOU) 해지 등을 포함한 현대건설 매각 방향을 최종 의결키로 함에 따라 채권단과 현대그룹간 공방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채권단이 현대그룹과 맺은 MOU를 해지하는 쪽으로 최종 결론을 내면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는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현대차그룹과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절차를 밟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현대건설 매각 작업이 당장 중단되는 수순을 밟기에도 채권단으로선 명분이 많지 않은 상황이여서 당분간 지리한 법정 다툼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지난 15일 오후 3시부터 외환은행 본점에서 실무자회의를 열어 현대그룹이 제출한 2차 대출확인서에 대한 법률 검토를 한결과 ‘불충분하다’는 자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현대그룹과 맺은 양해각서(MOU)를 해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은 그동안 현대그룹이 제출한 자료가 자금출처 의혹을 해소하기에 미흡할 경우 현대그룹과 맺은 MOU를 해지하겠다고 밝혀왔다.
채권단 관계자는“구체적인 진행 방향은 운영위원회 소속 3개 기관(외환·우리·정책금융공사)과 조율한 뒤 주주협의회에 안건을 부의할예정”이라며 “최종 의결은 다음주 22일까지 서면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이 부의할 안건은 MOU 해지, 주식매매계약(SPA) 부결, MOU 해지 및 SPA 부결 등 3가지로 전해졌다. 채권단은 향후 불거질 수 있는 법률소송을 감안, 법률 자문을 거쳐 적절한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채권단이 MOU 해지와 함께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더라도 현대차그룹과 협상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과 맺은 MOU가 해지되더라도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이 현대차그룹으로 자동적으로 넘어가지 않고 추가로 다시 법률검토를 받고 주주협의회를 열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채권단 입장에서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간 현대건설 인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된 상황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이 현대차그룹으로 바로 넘어가면 특혜 논란 등 비난의 화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 이전 현대그룹이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현대건설 매각은 매도자(채권단)과 매수자(현대그룹)간 본격적인 소송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그룹이 이미 매각주관사에 납부한 이행보증금 2755억원도 소송 대상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의 대출계약서 및 부속서류 제출요구는 법과 양해각서, 입찰규정에 위반되는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확인하면서 “채권단의 법률 검토 사안일 뿐이어서 어떤 결론에 이를지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단의 요구에 대해 그동안 법과 규정을 지켜가며 ‘합리적 수준’에서 자료제출에 성실히 응했다”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소명은 다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현대건설 매각 문제는 앞으로 △현대그룹이 제기한 MOU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느냐 △현대그룹이채권단 결정에 대해 어떤 추가 대응을 하느냐 △현대차그룹의 움직임 등에 따라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현대건설 매각 문제는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채권단 간의 법정 공방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법정다툼으로 가면 현대건설 매각은 장기 표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