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경북지역에서 구제역이 첫 발생한 지 불과 17일 만에 경기도가 뚫리면서 전국 확산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구제역대책본부장을 차관에서 장관으로 변경하고, 위기경보도 ‘주의’에서 ‘경계’로 올렸다. 정부는 마치 중대한 결단을 내린 듯 비장한 모습으로 2명의 장관이 나서 대국민 담화문까지 발표했다.
늦어도 한참 늦은 조치다. 본부장 지위를 격상시킨다고 구제역이 사라지지도 않겠지만, 많은 수의 소와 돼지가 매몰처분됐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찢어질 대로 찢어진 농민들의 가슴이다. 2명의 장관이 내놓은 담화문이 과연 축산농가의 찢어진 상처에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제 자식이나 다름없는 소와 돼지를 차디찬 흙구덩이에 파묻어야 하는 쓰라림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한참 때늦은 뒷북 행정과 허술한 방역대책으로 일관하지는 않았으리라.
지난달 23일 처음 구제역을 신고한 안동 와룡면 돼지 집단농가는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결과가 나온 29일까지 6일동안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그 사이 구제역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지난달 28일 안동에서 처음 구제역이 확진된 후 888개 농가 17만5541만마리가 매몰됐거나 매몰될 예정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02년의 경기 안성·용인 구제역 당시의 16만155마리를 넘어섰다.
선진국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후진국형 동물 질병이 발생한 것 만으로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의장국 위상이 크게 떨어졌지만, 정부의 방역대책은 차라리 의장국이었다는 사실을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답답하다는 성토가 이어지는 이유다. 안동은 유사 이래로 이런 난리가 없었을 정도로 탄식과 울음이 그치질 않고 있다.
“내 새끼를 살려달라고, 아니 나를 함께 묻어달라”며 통곡하는 피해 축산농가의 절규에 정부는 가슴깊이,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