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결국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하는 사태를 맞았다. 우리금융지주가 독자생존 방식으로 민영화하기 위해 구성한 컨소시엄이 무조건 예비 입찰에 불참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는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인수대금의 약 10%에 이르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 수장인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가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완화요구를 사실상 거절했다.
우리금융은 외환위기 이후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등이 합쳐져 출범했다. 이 과정에서 12조7663억 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갔으나 올해 12월 현재 5조3014억원을 회수하는 데 그쳤다. 또한 2000년대 중반 들어 우리금융의 경영이 정상화됐는데도 아직까지 민영화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의 민영화가 차질을 빚고 제값을 못 받는 데는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당국의 책임이 크다. 금융당국은 여러 차례 우리은행을 매각할 기회를 놓쳤다.
제값을 받고 판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이제는 프리미엄을 붙여 팔기도 어려운 지경이 됐다. 오히려 우리금융 컨소시엄의 불참 선언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줄이러는 전략으로 이해하고 있을 정도다.
금융당국이 이번 매각을 추진하면서도 시장 변화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부실 대출과 잦은 금융사고로 지분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 또한 경영진이 자주 교체됐고, 그때마다 단기 실적에 집착한 무리한 투자로 거액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에 금융시장에선 금융당국이 우리금융을 민영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실현성 있는 계획을 세웠는지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다. 공적자금 투입 이후 12년째 정부에 묶여 있는 우리금융을 민영화를 진정성 있게 검토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