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은 20일부터 2일간 열린 12월 정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지난번 회의에서 결정한 금융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지난달 회의에서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0~0.1%로 만장일치로 동결하고, 10월 5일 회의에서 결정한 국채와 회사채, 지수 연동형 상장투자신탁(ETF)과 부동산투자신탁(JREIT) 등 금융자산을 매입하는 5조엔 규모의 기금 설립을 추진키로 한 바 있다. 일본은행은 30조엔 규모의 저리 대출 프로그램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도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장기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부담이지만 기업들의 숨통을 조이던 엔화 강세가 한풀 꺾인데다 주가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11월 3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결정한 6000억달러 규모의 2차 양적완화가 인플레 기대감을 유발한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동의한 감세연장 법안이 통과되면서 경기 낙관론이 대두된 영향도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재정적자 확대에 대한 경계감으로 FOMC 전에 2.5%대였던 미국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한때 3.5%대까지 치솟았다.
일본은행 역시 장기 금리 상승세를 묵인할 수만은 없는 상황. 일본은행은 시장에서 장기금리 상승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날 “장기 자금 공급을 꾸준히 진행할 방침”이라고 성명을 통해 표명했다.
일본 금융시장에서는 지난달 초 달러당 80엔대 붕괴 직전까지 몰렸던 엔화 값이 최근 83엔대 후반에서 움직이고, 증시에서 닛케이225 지수는 11월초보다 12% 뛰었다. REIT 지수는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전보다 13% 상승했다.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장기금리가 지난 15일 한때 1.295%로 7개월래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노무라 증권의 마쓰자와 나카 수석 투자전략가는 “일본에서는 단기채를 포함한 수익률 곡선 전체가 작년 12월 일본은행이 긴급 회의를 열어 대규모 완화를 결정하기 전 수준으로 돌아왔다”며 “양적완화 효과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MUFG증권의 사토 다케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과 금리 시장의 동향은 금리인상을 포함시키는 곡선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이는 '장기금리 하락과 리스크 프리미엄 축소’를 목표로 하는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목적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닛코코디알 증권의 이와시타 마리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도 “금리 상승은 미국이 견인한 것이어서 일본의 펀더멘털을 반영한 움직임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일본은행의 대응이 미흡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발표된 대형 제조업계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단칸지수가 지난번보다 악화하는 등 경기 회복세가 부진한만큼 일본은행은 추가 금융완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5일 발표된 단칸지수는 전회 조사때보다 3포인트 하락한 플러스 5를 기록했고, 3개월 후는 마이너스 2로 전망됐다.
따라서 수출 의존도 높은 일본 경제는 외적인 충격에 취약한 상태가 계속되는 만큼 엔고와 주가 하락에 노출되면 일본은행은 추가 완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