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축구 J-리그 오미야 아르디자와 1년 연장 계약에 성공한 이천수(29)가 그간의 편견 때문에 겪었던 마음고생을 털어놓으며 새출발을 다짐했다.
이천수는 21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 진출해서도 내 이미지 때문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6개월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편견을 깨려고 노력했다. 이제 악동 이천수의 이미지를 다 지워냈다”고 조심히 말했다.
이천수는 2007년 여름 유럽 빅 클럽 진출의 꿈을 안고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 전격 입단했지만 현지 적응에 실패해 한국으로 돌아와 K-리그에서 ‘임대 선수’로 전전했다.
과감하고 솔직한 언행 탓에 어느덧 축구팬 사이에서 미운 오리가 됐고, 유명 연예인과 스캔들이 번번이 터지며 품행에서도 빈축을 샀다.
K-리그 경기 도중 심판에 욕설을 퍼부었던 장면은 이천수가 갈 곳 없는 ‘악동’이 되는 데 쐐기를 박았다.
자신을 흔쾌히 받아준 전남 드래곤즈에서도 계약 파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천수는 결국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나스트로에 새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머나먼 아랍행에도 불운이 깃들었다. 쌓인 임금을 받지 못한 이천수는 다시금 한국을 찾았지만 누구도 환영은커녕 동정의 시선도 보내지 않았다.
이천수는 이제 일본에서 제2의 축구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연습생으로 합류해 오미야에 입단할 당시 이미 자신에 대한 나쁜 소문이 일본 축구계에 다 퍼진 상태였다는 이천수는 그래서 더 이를 꽉 물게 됐다고 말한다.
“예전처럼 정신력이 약했다면 아마 포기했을 겁니다. 하지만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그 이미지를 바꾸려고 노력했습니다. 상대 선수가 부딪혀 넘어지면 한 번이라도 더 따뜻하게 일으켜 세워주려고 했거든요”
진심이 통했는지 지난 7월 이천수와 6개월 계약을 할 때만 해도 좋지 않은 소문 때문에 머뭇거리던 오미야 구단은 이제 적극적으로 나서 이천수를 1년 더 붙잡았다.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연봉도 팀내 최고 수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천수는 서른이 되는 2011년을 ‘이천수의 해’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존경하는 선배들이 누누이 말씀하시길 나이가 서른이 되면 그때 비로소 축구가 보인다고 합니다. 서른이 되는 내년 일본 무대에서 다시 발돋움할 겁니다”라고 말하는 이천수의 표정에선 지난 시절 그가 보여줬던 과도한 자신감보다는 나지막한 겸손함이 묻어났다.
이제 일본 생활이 편하다는 이천수는 당장 몇 골을 넣을지 등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강한 승부욕이 되레 자신을 구석으로 몰아넣었다고 했다.
일본 무대를 발판으로 다시 한국에서 축구를 하고 싶냐는 질문에 이천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말문을 열지 못했다.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는 국내 축구인과 팬의 시선을 잘 아는 탓이었다.
“분명히 내 잘못이 컸다. 너무 어려서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기분대로 행동해 그렇게 됐다”고 조용히 말하는 이천수의 얼굴에서 지난날의 과오를 씻고 국내로 돌아오고픈 한 줄기 희망이 엿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