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행감독위원회(CEBS)의 금융권에 대한 보너스 규제를 배경으로 글로벌 대기업들도 보수 체계 검토에 착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미국과 스위스 은행 대부분은 CEBS의 새로운 규칙에 따르기 위해 런던의 금융가를 비롯해 유럽연합(EU) 역내에서 일하는 고위직 간부에 대해 기본급 인상과 보너스 삭감을 조합한 형태의 보수체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 유럽과 그 이외 지역에서 일하는 은행원의 대우를 구분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CEBS는 역내 은행이 보너스를 지급할 시 현금 지급액을 전체의 20% 이하로 낮추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보너스의 60%는 3~5년에 걸쳐 지급하고 모든 주식 인센티브에 대해서도 보유 기간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고 있다.
유럽의 일부 정치 지도자들 중에서는 EU 이외의 은행들도 자발적으로 CEBS의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한 은행가는 “EU의 규칙이 전세계에서 적용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철부지같은 생각”이라며 “그렇게 되면 고정비인 급여가 증가할 뿐아니라 실적에 의한 성과급 구조가 무의미해진다”고 반박했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EU 역외 직원들에게까지 엄격한 유럽의 규칙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 미국 은행 관계자는 “지역마다 급여 체계가 달라질 것”이라며 “영국에서는 급여를 높이는 대신 보너스를 낮추고, 미국에서는 보너스를 급여보다 높이 책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위스의 한 은행원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보수 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런던 금융맨의 급여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유럽 사업처를 둔 모든 은행들은 내년 1월부터 CEBS의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스위스의 UBS와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미 규제안에 따라 EU 역내 직원에 대한 보수 체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 이외의 은행도 보수제도를 새로 마련할 필요가 있지만, 유럽은행의 경우보다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전세계 지점에 유럽의 규책을 적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FT는 특히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와 HSBC, 도이체방크는 아시아ㆍ북미 지역에서 매우 불리한 입장에 놓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지 라이벌 은행들은 직원에 대한 급여 제한이 거의 없기 때문.
따라서 이번 규제는 전세계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은행 내부에 새로운 긴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기존에는 지역에 관계없이 같은 지위에 있는 경영진의 보수는 동일하게 책정돼 왔다. 그러나 보수 기준이 다양해지면 뉴욕과 런던 사업 부문에 ‘공동 책임자’를 두는 은행에서는 특히 혼란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FT는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