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은 그 어느 해 보다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북한 공격에 천안함 장병 46명이 희생됐고 연평도 폭격에 장병 2명과 민간인 2명이 희생됐다. 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분개하고 있다.
6.2 지방선거때는 지방권력을 교체해‘민심의 힘’을 보여줬다. 아이폰과 갤럭시S 등 스마트폰의 등장은 2010년 한국사회 전반에 일대 변혁을 가져 왔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SNS)의 등장으로 새로운 여론이 형성되고 비지니스가 생겨나고 있다.
일반인들은 보고, 듣고, 소비하는 모든 것을 스마트폰으로 할 만큼 일상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전 세계 정상들을 서울로 불러 세계경제 현안들을 조율했던 G20 개최 때는 우리나라의 국력이 어디까지 왔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자랑스럽고 기쁜일도 많았다.
지난 2월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끝임 없이 눈을 흘릴 땐 국민 모두가 김연아 선수와 함께 울었다. 또 6월 남아공 월드컵때는 2002년 한일월드컵 못 지 않게 전 국민이 열광했다. 원정 16강 진출의 쾌거에 만족해야 했지만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이처럼 2010년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 결과는 우리에게 보람과 아쉬움, 성공과 실패로 다가왔지만 특히 아쉬움이 남는 분야가 있다. 바로 금융분야 이다.
어느 분야 못 지 않게 핫이슈가 많았지만 한해를 정리하는 현 시점에서 소회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부실과 과욕’이다.경영진 3인의 내분으로 촉발된 신한금융 사태는 30여년간 쌓아온 이들의 업적을 고스란히 무너트렸다.
신한금융은 후발은행으로 출발해 국내 3위 금융그룹으로 성장한 한국금융사에 길이 남을 대표적 성공 사례다. 오늘날의 신한금융그룹을 만든 라응찬 회장은 국내 금융산업을 대표하는 최고 경영자이자 뱅커들의 영원한 롤모델이다.
그러나 경영진 내분사태로 드러난 부정은 금융인은 물론 신한금융 임직원 조차도 외면하고 있다. 이 모두가 과욕 때문이 빚어진 일들이다.우리금융 민영화 작업도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중단됐다. 정부가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매각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우리금융을 지원한 만큼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하려는 정부의 입장을 비난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산업자본과 외국계 자본 어느 쪽에도 줄 수 없는 상황을 좀 더 철저히 분석했더라면 민영화 중단사태는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 역시 정부의 과욕과 부실이 빚어낸 정책적 실패다.현대건설 매각작업이 파행을 걷는 것도 채권단의 과욕에서 비롯됐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지난달 16일 현대차그룹 보다 4100억원을 더 써낸 현대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당초 자금조달 능력 등 비가격요소 등에서 앞선 현대차그룹이 무난히 인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채권단은 돈을 더 준다는 현대그룹을 택했다. 채권단이 빌려줬던 자금을 회수하는데 한 푼 이라도 더 받으려고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이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인수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있는지 좀 더 철저히 검토했다면 이처럼 매각작업의 파행 사태는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대우건설 처럼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가‘승자의 독배’를 재연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채권단이 매각 대금에만 집착할게 아니라 경제전반을 고려한 인수자 선정을 했어야 했다.
일주일 뒤면 신묘년(辛卯年) 새해를 맞는다. 우리 조상들은 토끼를 순결함과 평화로운 동물로 여겼다. 2011년에는 사건사고 없이 평화롭고 깨끗한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또한 조선시대 한글소설인 별주부전(鼈主簿傳)에 나오는 토끼처럼 자라의 감언이설(甘言利說)에 속아 위기에 처하는 우를 범하는 일이 없어야 겠다. 설사 위기에 처하더라도‘지상에 간을 빼놓고 왔다’며 위기를 탈출한 토끼의 지혜처럼 슬기롭게 해쳐 나가는 한해가 되길 간절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