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수주잔량 기준 세계 1위 조선소로서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다.
23일 영국의 해운·조선 시장조사기관인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12월 기준 삼성중공업의 수주잔량은 843만2000CGT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5개월 연속 수주잔량 세계 1위다. 지난 4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수주잔량 세계 1위에 오른 삼성중공업은 현대중공업을 제치고 지난 8월부터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일찌감치 올해 해외 수주목표였던 80억달러를 달성한 삼성중공업은 추가로 드릴십 수주에 성공하며 96억달러로 100억달러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이처럼 세계 1위 조선소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에는 해양설비 발주가 회복세로 돌아선 것이 한몫 했다. 국제 금융위기로 주춤했던 해양설비 발주는 경기회복과 국제유가 상승을 등에 업고 올해부터 발주가 시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가 넘어서면 심해 유전 개발에 따른 해양 플랜트설비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제 유가는 지난 21일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배럴당 90.31달러를 기록하는 등 90달러를 돌파했다.
드릴십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삼성중공업은 이 같은 유전 개발에 힘입어 최근 두 달 새 드릴십 3척을 수주하는 등 해양 설비 부문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 같은 삼성중공업의 쾌속 질주에 맞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추격의 불을 당기고 있다. 특히 791만CGT(울산·군산조선소 합계)로 2위에 머문 현대중공업은 올해 2월 세계 최대 규모의 원통형 FPSO를 수주하는 등 해양설비 수주에 힘입어 1위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4일 1만31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0척을 수주하는 등 컨테이너선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해양설비 부문에서도 지난 11월 세계 최대규모의 ‘우산 FPSO’를 완공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어 삼성중공업과의 수주잔량 격차를 좁혀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주잔량 세계 3위인 대우조선해양도 12월에만 해양시추선, 해군함정 건조 협정, 5만5000t급 화물운반선 등 잇달아 몰아치기 수주에 성공하며 역전을 노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조선 및 해양설비 부문에서 해외 수주액 122억 달러로 1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단일 조선소 기준으로는 삼성중공업에 이어 수주잔량 세계 2위에 올라있다.
특히 반잠수식 해양시추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내년 해양설비 발주 러시에서도 잇따른 수주가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