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중국’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베트남이 ‘비나신 쇼크’로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렸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베트남의 취약한 재정상태와 은행권의 채무 급증을 이유로 국가 신용등급을 잇따라 강등 조치하면서 베트남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23일(현지시간) 베트남의 장기 외화 채권 등급을 기존의 ‘BB’에서 ‘BB-’로 한 단계 강등했다. 이런 등급의 국채는 정크본드(투자부적격)로 분류된다.
S&P는 베트남의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제시해 추가 강등 가능성을 열어둔 한편 단기 등급은 기존의 ‘B’를 유지했다.
S&P는 “베트남 은행권이 금융 및 경제 충격에 매우 민감하다”면서 등급 강등 배경을 설명했다.
킴응탄 S&P 분석가는 “자본 유출로 은행권의 취약성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는 베트남 유동성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베트남 국영 조선공사(비나신)가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여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비나신은 지난 20일로 만기가 도래한 1차 원금 상환금 6000만달러(약 697억8000만원)를 상환하지 못한 상태다.
비나신은 채권단에 채무상환을 내년 12월까지 유예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베트남 정부가 지급 보증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유예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나신의 채무는 지난 7월 현재 44억달러로 베트남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4.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로는 이를 훨씬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무디스도 지난 15일 비나신 사태 등을 이유로 베트남 국가 신용등급을 ‘Ba3’에서 ‘B1’으로 한 단계 추가 하향 조정, 베트남 국가부도 우려를 높였다.
신용평가사들은 베트남 정부의 정책 실패로 공기업과 은행에 대한 채무가 급증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S&P는 “베트남에 금융 충격이 현실화할 경우 은행 시스템에 정부의 직접 지원이 요구될 것”이라면서 “이에 따른 정부의 우발 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60%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비나신의 숨겨진 부실은 은행권의 연쇄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초래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이날 “비나신 사태로 베트남의 투자 심리가 악화될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채권 시장의 성장이 저해되고 단기적으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억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P는 앞서 비나신 사태로 베트남 은행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보고서는 “비나신이 외환 대출로 인해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비나신 관련 부실 채권을 보유한 베트남 은행들의 신용도와 수익성 악화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베트남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역적자 확대와 자본 유출, 외환보유액 감소 등에 따른 무역 불균형으로 재정난에 빠져 있는 상태다.
정부는 불어나는 재정적자 문제로 자국 통화인 동화를 올해만 5.2% 평가절하했지만 이는 오히려 수입물가를 올려 인플레이션 압박만 가중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