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시장 '승자의 저주' 사라질까

입력 2010-12-2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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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기업 매각때 인수자금 출처 규명"

지금까지 대형 인수·합병 시장에는‘돈을 가장 많이 써낸 곳이 가져간다’는 암묵적인 원칙이 작용해 왔다. 두산의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 인수, 금호의 대우건설 인수,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인수가 모두 그랬다.

하지만 금호그룹에‘승자의 저주’가 현실화하면서 이런 인식에 변화가 왔다. 무리하게 인수가격 경쟁을 벌여 나중에 감당하지 못하면 인수기업까지 동반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비가격 요소’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현대건설 매각 과정에서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성격 등으로 인해 논란이 커지면서 결국 금융당국이 나섰다.

금융당국이 앞으로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매수자의 자금조달 능력을 철저히 검증하는 보완책을 마련키로 한 것이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를 막겠다는 것. 하지만 M&A업계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의도와 달리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초래할 수 있으면 자칫 M&A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하이닉스·대한통운 등 적용될 듯= 24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채권단은‘채권금융기관의 출자전환 주식 관리 및 매각 준칙’을 토대로 인수 의향자가 입찰제안서에 인수자금 조성 계획 및 내역을 제출하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시 채권단이 인수 의향자의 재무구조 건전성, 인수자금 조달 가능성을 평가하게 돼 있다.

그러나 현행 준칙으로는 승자의 저주가 발생하는 원인인 무리한 인수조건을 제시한 기업은 물론 비싸게만 팔려는 채권단의 매각 심사 방식을 개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 구체적으로는 인수의향자가 인수자금의 세부 조달 계획을 제출하면 채권단이 이를 꼼꼼히 따지고, 그 계획을 입증할 자료를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인지도 보완화는 작업이 필요하다.

개선안에는 △인수 희망자가 조달한 자금이 투명한지 △자금 출처가 충분히 규명됐는지 △향후 인수희망자의 경영에 부담을 줄 정도로 과도한 차입에 의한 조달은 아닌지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일단 금융당국은 정부 산하 기관이 보유한 대형 기업이나 외환위기 이후 채권은행들이 출자전환 형식으로 보유하고 있는 대형 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이들 기관이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조선해양, 쌍용건설, 대한통운 등 굵직굵직한 M&A 물건이 강화되는 규정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 M&A시장 위축 논란 = 문제는 이같은 일련의 조치가 인수자금의 투명성을 강화하는데 기여하지만 그간 인수자금 출처를 크게 따지지 않았던 M&A 관행에 상당한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실탄’이 풍부하지 않은 기업의 인수전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반응이다.

적용대상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M&A 시장 전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일반은행도 뭔가 보완해야 할 것 같다”며 이 준칙을 국책 금융기관뿐 아니라 모든 채권금융기관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한 M&A 전문가는 “자기 돈을 쌓아놓고 M&A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앞으로 자금 조달을 할 때 부담이 클 것”이라며 “정부 입장도 이해되지만 시장 논리를 무시할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못한 곳은 M&A 시장에 참여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채권단의 심사 조건이 까다로워지면 현재 난항을 겪는 우리금융의 민영화와 현대건설 매각은 물론 매물로 대기 중인 기업들의 매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이 어렵게 차입이나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다고 해도 자금 출처 등에 대한 정밀 검토작업이 이뤄진다면 매각 작업은 그만큼 지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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