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럽 MD 강행하면 러, START 탈퇴한다

입력 2010-12-24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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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미국이 유럽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구축 계획을 강행할 경우 미국과 체결한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4일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국가두마(하원)에서 열린 START 비준안 1차 독회(검토) 회의에 참석해 연설하면서 “미국의 전면적 MD 전개 계획 실현은 러시아의 START 협정 탈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 등이 전했다.

라브로프는 “START 협정 내용은 명백히 MD와 전략무기 사이의 연관관계를 명시하고 있다”며 “이 같은 내용은 협정서 서문에 들어 있고, 본문에는 만일 비상상황이 발생할 겨우 양측은 조약에서 탈퇴할 권리를 갖는다는 조항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의 전(全) 지구적 MD 전개는 본문에 명시된 비상상황에 해당한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미국 측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어 “우리는 당연히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들과의 동등한 협력을 원하며, 서로의 잠재력에 근거한 공동의 (MD) 시스템을 구축하길 희망한다”며 “만일 그러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실패하고 러시아의 우려가 무시된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MD와 관련한 상황을 최대한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하원 연설에 앞서 상원에서 한 연설에서도 “새 START 협정에 언급된 전략무기와 MD 사이의 연계 조항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미국 측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 공화당 의원들은 앞서 22일 START 비준 직전까지 미국의 유럽 MD 시스템 구축과 러시아의 협정 파기 권리를 연계한 협정 서문 조항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이 유럽 MD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러시아가 조약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조항이었다.

유럽 MD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를 반영한 문제의 서문 내용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미국의 MD 체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설득했고, 결국 상원의 여·야 의원들은 START와 MD가 무관하다는 내용을 결의안에 포함시키는 조건으로 비준안을 통과시키는 타협점을 찾았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와 관련, 지난달 30일 대(對)의회 연례 국정연설에서 미국 등 나토 국가들이 유럽에 구축하려는 MD 시스템과 러시아 MD 시스템 간 협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러-나토 간에 새로운 군비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메드베데프는 이에 앞서 20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러-나토 정상회의에서는 러시아와 나토의 MD 시스템을 합친 통합 MD 시스템을 만들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측이 MD와 START 간의 상관 관계를 이처럼 재차 분명히 밝힘에 따라 START의 관련 조항 해석을 둘러싸고 러·미 양국 간 및 양국 내에서 또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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