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11이 뜬다] 이란, 핵 제재를 넘어라

입력 2010-12-2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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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제재 여파로 3년 연속 1%대 성장률…자원·소비·제조업 등 성장잠재력은 풍부해

(편집자주: ‘넥스트 11’이 주목 받고 있다. 멕시코를 비롯해 나이지리아와 파키스탄 등 브릭스의 뒤를 이어 성장잠재력이 풍부한 국가들의 고성장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넥스트 11은 경제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한국, 멕시코와 개발도상국 상태에 있는 이집트와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등 함께 묶어 일반화하기 어려운 점은 있지만 풍부한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5000만~2억명의 평균 인구로 풍부한 내수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10회에 걸쳐 넥스트 11 국가의 경제와 투자전략을 분석한다)

<글 싣는 순서>

1. 중남미 경제의 맹주, 멕시코

2. 아시아의 떠오르는 호랑이, 인도네시아

3. 터키, 옛 제국의 영광 다시 살린다

4. 베트남, 中에 이어 제2의 성공신화 쓴다

5. 아프리카 선도하는 나이지리아

6. 다시 일어서는 필리핀

7. 북아프리카의 태양, 이집트

8. 이란, 핵제재를 넘어라

9.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파키스탄

10.‘개도국’도약 꿈꾸는 방글라데시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중동 2위 경제국으로 손꼽히지만 핵 보유국이라는 꼬리표가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올해 이란의 경제성장률이 1.6%로 3년 연속 1%대 성장률을 기록하는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란 주요 경제현황

올해 들어 지난 6월 유엔의 제4차 이란 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 이란 경제는 더욱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이 결의안을 토대로 독자적인 제재조치에 나서면서 이란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석유와 가스 부문 수출이 제한을 받았고 국제 사회의 금융 제재로 자금줄이 막히면서 어려움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후세인 아스카리 조지 워싱턴대 교수는 “이란 핵 제재로 무역비용이 20% 정도 증가한 반면 원유 수출은 거의 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오던 이란 경제가 국제사회의 핵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이란 수도 테헤란 전경 (블룸버그)

이란은 석유 자원이 풍부하지만 정유시설의 미비로 휘발유 수입량이 전체 수요의 40%에 달한다.

이란은 현재 9개인 정유소를 확충하고 7개를 더 세운다는 계획이지만 국제사회의 제재로 진행이 지지부진하다.

핵 제재로 재정에 막대한 타격을 입은 이란 정부는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란 국민에게 전통적으로 지원해왔던 식료품과 에너지비 보조금을 삭감하기 시작했다.

IMF는 “이란 정부의 보조금은 4인 가족 기준 연 4000달러(약 450만원)에 달해 대부분의 이란 국민 수입보다 많다”면서 “이는 국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안겨주고 이란을 에너지 낭비가 가장 심한 나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 중앙은행은 에너지 보조금으로 유가에 따라 연간 400~1000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에너지 보조금 제도로 그 동안 이란 국민은 매월 휘발유 60ℓ에 대해서 ℓ당 1000리알(약115원)이라는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지난 18일 밤 국영 TV 연설에서 “막대한 재정부담을 덜고 경제개혁을 가속화하기 위해 다음날부터 에너지와 밀가루, 설탕 등 기초 생필품 보조금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발표 직후 하룻밤 사이 휘발유 가격이 4배 이상 폭등하고 다른 생필품 가격도 급등하는 등 이란은 거센 후폭풍을 겪고 있다.

이란의 보조금 삭감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더욱 고조됐다.

다리우쉬 칸바리 이란 국회의원은 “보조금 삭감으로 향후 수년 간 물가상승률이 20~70%에 달할 것”이라며 “물가 급등으로 사회 구성원이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기도 힘들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보조금 삭감은 이란 경제개혁에 반드시 필요한 조치지만 핵제재 여파로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사회 불안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2007년에도 미국과 유엔의 석유수입 제재 조치에 정부가 석유배급제를 실시하자 대규모 폭동이 일어난 바 있다.

핵 제재와 정부의 보조금 삭감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이란 경제지만 성장 잠재력은 매우 풍부하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중동 2위 석유 생산국이며 천연가스 매장량에서도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는 자원부국이다.

이란은 7500만명이 넘는 거대한 내수시장을 갖고 있고 지난해 실질구매력(PPP) 기준으로 세계 18위를 차지했다.

이란의 소비자 가전시장 규모는 현재 82억달러이며 평판 TV와 노트북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오는 2014년에 108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너지 부문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이란은 제조업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5.2%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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