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출신들을 지칭하는 이른바 ‘모피아(MOFIA)’가 또 다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31일 단행한 개각에서 지경부 장관에 최중경 대통령실 경제수석, 공정거래위원장 김동수 수출입은행장, 금융위원장에 김석동 전 재경부 1차관을 각각 내정했다.
김동수 공정위원장 내정자만 경제기획원 출신이지만 사실상 모피아출신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모피아의 재부활은 내년 우리나라 경제상황과도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내년 5%의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 경제는 중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물가가 불안할 것으로 예상되고, 유럽의 재정위기, 북한 리스크 등으로 실물경제를 중심으로 한 내수성장이 주요 숙제로 떠 오른 상태다.
우선 최 후보자의 경우 금융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재무관료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근무하다 바로 지경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실물경제를 책임지우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도가 깔려 있다.
최 후보자는 1979년 재무부 사무관을 시작으로 재정경제부 금융협력과장, 외화자금과정, 증권제도과장, 국제금융과장 등을 지냈다. 특히 그의 과감한 외환시장 개입을 놓고 ‘최틀러’로 불리기도 했다.
김동수 후보자는 주로 물가 관리 분야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행정고시 22회 출신인 그는 재정부에서 소비자정책과장, 생활물가과장, 물가정책과장, 경제협력국장, 정책홍보관리실장, 차관보, 제1차관 등을 역임했다.
물가 부문을 담당하면서는 제조물책임법,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등을 제정해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본법의 토대를 닦았고, 서민 주거생활 안정을 위해 주택보급률을 확대하고 전세보증금 융자제도도 도입했다.
북한 리스크 등으로 내년 방어력이 절실한 금융부분은 김석동 금융위원장 후보가 맡았다.
김 후보자는 다양한 금융정책 분야의 요직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관료 시절 ‘대책반장’이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굵직한 현안이 터질 때마다 전면에서 진두지휘 할 만큼 강력한 추진력을 자랑한다.
그는 2004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시작으로, 2005년 2월 1급인 금융정보분석원장에 취임했으며, 4개월 후에는 재경부 차관보 자리를 꿰찼다. 또 1년4개월 후에는 금감위 부위원장에 올랐고, 2007년에는 재정경제부 1차관이 됐다.
한 마디로 ‘물가-실물경제-금융’ 등 경제 핵심 분야를 모피아에게 맡긴 셈이다.
사실 모피아의 핵심 라인은 ‘금융정책국(과) 라인’이다. 모피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이헌재 전 부총리는 1974년 옛 재무부의 이재1과가 금융정책과로 이름을 바꾼 후 처음으로 과장이 됐다.
김용환 당시 장관의 집무실을 수시로 출입해 ‘부(副) 장관’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과 윤진식 의원 역시 같은 시대 이재국장과 금정과장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1980년대 말 윤 의원이 금정과장이던 당시 주무사무관이 변양호 전 금융정책국장이었고, 최중경 지경부 장관 후보자,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 김석동 농협경제연구소 대표,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 등의 인물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현 경제수장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종룡 제1차관 역시 금융정책실장과 금정과장 등을 역임했다.
정견용씨와 유지창 현 유진투자증권 회장은 산업은행 전 총재와 금감위 부위원장에 이르기까지 서로 자리를 넘겨줄 정도로 끈끈한 인맥을 과시했다.
임영록 KB 금융지주 사장, 임승태 금융통화위원, 김광수 현 한나라당 전문위원, 최상목 공적자금 관리위원회 사무국장 등도 금융정책 라인을 거치며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국제금융통이라 불리는 관료 역시 금정라인 출신들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 허경욱 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 신제윤 재정부 차관보 등이 대표적 인물들이다.
그러나 모피아 세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관치 및 보은인사에 대한 우려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최 후보자는 2008년 강만수 당시 재정부 장관 시절 1차관으로 지내면서 지나치게 외환시장에 개입, ‘최틀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후 고환율 정책에 대한 논란으로 물러났지만, 곧 필리핀 대사에 임명되면서 ‘보은인사’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