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참고 얻은 평온은 평화가 아니라 굴복이다

입력 2010-12-31 13:25 수정 2010-12-3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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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부국장 이석중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초래한 남북간 긴장 관계가 풀리지 않은 채 새해를 맞았다. 긴장이 완화되기는 커녕 북한은 핵공격을 하겠다며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

그 여파로 큰 손자의 휴가를 기다려 온 노모의 상심이 크다. 크리스마스 전날 휴가를 나온다던 큰 아들이 군의 비상근무체제로 인해 휴가가 무기 연기된 탓이다. 그 소식을 접한 노모는 손자 걱정에 밤을 새우기 일쑤다. 혹시나 내년 4월로 예정된 제대를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까지 하는 모양이다.

이같은 정신적 피해는 필자 가족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북한의 무차별 포격으로 가족을 잃은 주민들의 상처는 더욱 크겠지만.

이런 상처를 안긴 북한의 포격으로 한반도는 물론 전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국.일본과 중국.러시아 간에는 신냉전 기류까지 형성되고 있다.

북한으로서야 살아남기 위한 전략일 수 있겠지만, 당하는 우리로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상황이다.

남한을 비롯한 서방의 지원이 필요하다면,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게 상식이지 않은가. 그런데도 북한은 대화는 포기한 채 폭력행사가 일쑤고, 적반하장으로 어깃장을 부린다.

그런데도 남한의 야당 지도부와 일부 사회단체는 우리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에 트집을 걸고 있다. “3대가 세습하는 비정상적인 체제인 만큼 정면 대응해서는 안되고 말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 야당 지도자의 상황인식이다.

방송 인터뷰에서 일부 시민들도 말로 풀어야 하지 않느냐고 한다. 시민들의 이같은 응답은 ‘전쟁을 할 것이냐’아니면 ‘대화로 평화를 찾을 것이냐’라는 흑백논리식 교묘한 질문의 결과일 것이다.

어떻든 북한의 포격으로 선량한 연평도 주민들이 죽어나간 상황인 데도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말로 풀어야 한다는 사람들에게 “우리 정부에게는 대화로 문제를 풀라면서, 북한의 반인륜적 도발에는 왜 아무 말도 못하는가” 되묻고 싶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도발을 반드시 응징하겠다는 뜻이 전쟁을 하자는 말이 아니지 않는가. 북한의 도발을 못하게 하려면, 우리가 그만한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 대부분의 뜻이기도 하다.

필자가 겪은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

중학생 시절, 나는 키도 크지 않았고 싸움도 잘 못하는 그저그런 학생이었다. 내 뒷자리에는 키는 작았지만, 싸움을 잘해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동기생이 앉았다.

그는 수업시간에 내 머리를 치거나, 툭툭 건드리는 등 못살게 굴기 일쑤였다. 그런 상황이 1~2개월쯤 지나자 학교 가기가 싫어질 정도였다. 부모님이 와서 담임교사에게 그런 사정을 설명해도 그때 뿐이었다.

그날도 그랬다. 수업 시간 중에 뒷자리의 동기생은 볼펜으로 내 허리를 계속 찔러댔다. 참다못한 나는 뒤돌아보며 도루코로 그 동기생의 오른손을 그었다. 손을 긋겠다는 생각보다는 저항의 몸짓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 칼날은 동기생의 손을 그은 것이다. 엄지손가락에서 피가 철철 났지만, 그는 입가에 살짝 웃음을 머금은 채 양호실로 가 치료를 받고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

심약한 나로서는 어떤 보복을 당할 지 두렵기만 했다. 손이 다 나은 후 그 동기생은 다시 나를 못살게 굴었고, 정도는 더 세졌다.

얼마쯤 후 이번에는 내가 샤프로 다시 한번 공격했고, 그는 다시 양호실로 가 치료를 받고 돌아왔다.

두번째 저항 이후 그가 날 괴롭히는 일은 더 이상 없었다. 대신 다른 동기생이 졸업 때까지 그의 피해자가 됐다.

지나친 비약이라고 하겠지만, 북한에 대한 우리의 대응도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다. 때려도 맞고, 찔러도 참기만 한다면 그 폭력의 정도는 점점 더 강해질 수 밖에 없다.

우리 영토와 국민의 안위와 관련된 문제는 당리당략적 접근은 안된다. 과거 임진왜란 당시 당파가 다르다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 결과 엄청난 불행을 초래하지 않았던가.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처럼, 평화는 힘이 있어야 지킬 수 있다. 상대방의 억압을 참아 얻는 평온은, 평화가 아니라 굴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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