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강국] 세상 바꾸는 '창의성'…'한국의 주커버그' 키우자

입력 2011-01-03 10:47 수정 2011-01-0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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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육성 패러다임 변화를…기업 경영·기술 큰 틀 숨가쁘게 변화

▲미래시대에는 특정분야만의 전문가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는 인재들이 요구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신입사원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미국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리먼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아직도 금융위기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기업도 일부 있지만 주요 대기업들은 실적이 금융위기 이전으로 회복되고 투자도 점차 살아나는 등 경제회복의 가시적인 성과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신성장 동력 발굴 및 사업포트폴리오 재편, 인수합병을 통한 경쟁우위 확보, 신제품 개발을 위한 R&D 및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기술과 경영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인재 육성의 패러다임도 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기업경영…창의성 더하기= 지금까지 한국의 기업들은 어깨 너머로 배운 선진 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토대로 값싼 인건비로 제품을 만들어 파는 방식으로 성공을 거둬왔다. 조선·철강·자동차·리튬전지 등 한국이 글로벌 우위경쟁을 확보하고 있는 제조업 분야의 경우 일본의 시장을 모방하고 빼앗는 전략을 통해 성장해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렇게 해서 성공을 할 수가 없다. 더 싸게 제공하는 경쟁자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글로벌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선 중국의 경우 많은 인구와 넓은 땅,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몇년간 ‘조선 강국 한국’의 지위를 위협해 왔으며 최근엔 금융위기로 주춤하던 한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가 먼저 보고 더 빨리 움직여서 시장과 고객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쉽게 말해 기업경영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등 세계경제는 단순 제조업 중심에서 창의성이 가미된 제조업으로 경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단순한 대량생산에서 정보기술(IT)·디자인·문화 콘텐츠 분야의 전문성과 창의성이 더해진 산업으로 급속하게 변화하는 게 세계적은 추세인 것이다.

이진순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일본 등 선진국을 모방하고 빼앗는 전략이 통했지만 이제는 창의성을 갖지 않으면 시장 개척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 인재 육성 패러다임의 변화= 기업경영의 패러다임 변화에 앞서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필요한 인재상도 변화했다. 농업혁명 당시에는 최대의 자산이 토지와 노동이었기 때문에 성실하고 근면한 인재상이 요구됐다.

또 산업혁명 시기에는 기계의 부품처럼 정확히 분업화되고 표준화된 인재상이 요구됐으며 1945년 지식혁명 이후에는 전문성과 도전적인 태도가 인재상의 척도가 됐다.

그러나 디지털시대·네트워크시대·창조사회를 살아가는 오늘날에는 ‘창의성’을 갖춘 인재상이 요구되는 것이다. 예컨대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인 마크 주커버그는 공학 및 사회과학적 ‘상상력’을 동료 창업자인 하버드 동창생들의 문학·역사학·경제학 등 인문사회과학적 ‘상상력’과 ‘융합’시켜 결국 이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소통의 수단으로 만들었다.

한국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하고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 또는 산업의 창의성을 키워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특성이고, 이는 구성원의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한다.

이미 주요 선진국은 ‘창의성’에 맞춰 인재육성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06년 경쟁력 강화방안을 통해 ‘인재와 창의성 면에서 세계를 선도(Leading the World in Talent and Creativity)’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핀란드도 헬싱키공대(TKK), 헬싱키예술디자인대(TaiK), 헬싱키경제대(HSE) 등 3개 대학을 통합해 서로 다른 분야의 융합과 접목을 통한 학제적 연구로 새로운 인재육성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도 패러다임에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문제를 스스로 만들고 파악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내는 창의성이 중요한 시점이 됐지만 남의 기술을 받아서 그것을 새롭게 극대화시키는 방법으로 고도성장을 이룬 인재육성 패러다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대다수 대학과 기업에서 창의성보다는 문제풀이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만들고, 찾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킹 세계은행(World Bank) 교육국장은 “(한국의 교육이) 이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키우는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의 인재육성의 패러다임이 과거와 달라야 한다는 것으로 기존 방식이 경쟁과 도전정신의 발로였다면, 인재육성 방식이 창의의 비전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창의적 인재육성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손욱 전 농심 회장은 “창조적 인재에게는 동기부여만 하면 놀라운 성과가 나타나게 된다. ‘무슨 기술이면 돈 된다’는 틀에 박힌 사고로는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다”면서 “성장 동력은 사람이고 사람을 키우는 것이 바로 교육”이라고 말했다.

◇ 다양성 속에서 창의성 = 문제는 단순히 ‘창의성’만 강조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치열한 인재전쟁을 치르고 있는 기업에게는 창의성 외에도 전문성·글로벌화 등도 인재육성의 주요한 요소다.

실제로 국내 시장 규모의 한계와 글로벌 시장 특히, 이머징 마켓의 성장 등으로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인재의 글로벌화는 기업으로서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또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신사업이 성격상 관련 인력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그 분야에 특화된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화, 전문성 등 다양한 기질을 기반이 창의성을 증가시킨다”면서 “인재육성은 변화의 시대에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가장 현명한 방법으로 차세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장기적이면서 구체적인 미래 인재육성 정책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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