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일본에서 불거진 글로벌 환율전쟁이 기축통화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달러 자리를 노리는 위안화의 급부상과 함께 엔과 유로의 시장 장악력은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3회에 걸쳐 글로벌 기축통화 시장을 분석한다)
<글 싣는 순서>
① 위상 떨어진 달러...그래도 안전자산
② 위안화 대세 시대 오나
③ 위태로운 엔·유로
글로벌 기축통화 전쟁이 심화하면서 엔과 유로가 휘청거리고 있다. 올해 달러와 위안화가 세계 통화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면서 엔과 유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통화거래량 '뚝'...유로 '휘청'
유럽발 채무위기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연말연시 연휴로 거래일수가 줄어들면서 새해부터 외환시장에 적색경고등이 켜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마이클 울포크 뉴욕멜론은행 수석통화전략가는 "연말연시 연휴로 인해 1월 첫째주의 외환거래량은 전주의 3분의 1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높은 불확실성으로 변동성이 높아져 대부분의 외환딜러는 방어적인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몇년 전만 하더라도 새로운 기축통화로 주목받던 유로는 달러 대 위안의 양자대결 구도로 인해 입지가 불안해지면서 시장의 변동성에 더욱 취약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1.441달러로 거래되던 유로화는 그리스의 채무위기가 고조되면서 6월 1.215달러까지 꼬꾸라지면서 연초대비 18%나 급락했다. 안정세를 되찾던 유로는 지난해 하반기 아일랜드 위기가 또 다시 덮치면서 지난달 1.32달러선으로 떨어졌다.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융지원책이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 이른바 'PIIGS'로 불리는 유로존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국제신용평가기관도 이들 국가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유로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지난달 피치는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AA-'에서 한단계 낮은 'A+'로 끌어내렸고 무디스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 역시 하향조정을 시사했다.
이러한 유로의 위기를 틈타 반사이익을 누리는 통화도 등장했다. 유럽의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스위스 프랑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된 투자자들이 유로화를 매도하고 스위스 프랑화를 매수하면서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달 22일 유로 스위스프랑 환율은 1.2448프랑을 기록, 장중 저점을 경신하며 스위스프랑의 가치는 사상 최고수준으로 뛰어올랐다.
◇日, 엔고로 '잃어버린 10년' 쳇바퀴 도나
최근 엔화의 초강세 행진은 일본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15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며 도요타와 혼다, 소니와 같은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5월 엔ㆍ달러 환율은 95엔을 육박했으나 12월말 82엔까지 밀리면서 '슈퍼엔고'로 인해 일본 경제가 또다시 장기불황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짙다.
외환시장에서는 엔고 현상은 올해에도 이어지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 국제금융담당 재무관은 블룸버그통신에서 "엔고는 미국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데 따른 현상"이라며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본 정부 역시 엔고를 저지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일본의 2011년도 일반회계 예산안에 따르면 엔고 억제를 위한 시장 개입용 자금이 2010년도보다 5조엔 늘어났다. 정부가 엔화가치 추가 상승에 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엔화 매도개입에 필요한 재원은 재무성의 '외국환율자금증권' 발행을 통해 마련된다. 예산안에서는 증권발행 상한액이 기존 145조엔보다 5조 늘어난 150조엔으로 책정된다.
일본 정부는 앞서 2010년도 예산안에서 6년 만에 환시개입 자금을 전년대비 5조엔 늘린 145조엔으로 책정했으며, 지난 9월에는 실제로 2조1,000억엔 규모의 시장개입을 6년여 만에 단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