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위기의 골프장-황금알을 낳는 거위?

입력 2011-01-0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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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골프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아니 미운 오래쌔끼!

일본이 그랬다.

2003년 까지만 하더라도 일본 골프장은 황금기였다. 묘하게도 경기의 장기 침체에다가 골프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일본골프산업도 덩달아 급락현상을 보였다. 급기야 골프인구는 1200만 명에서 800만명 대로 급감했다. 골프장은 여전히 2600개가 운영 중이다. 골프를 즐길 인구는 주는데 골프장 수는 그대로다. 결국 영업 손실이 장기화되고 회원권 가격이 하락하자 회원들은 동시에 예치금 반환을 신청했고, 돌려줄 돈이 없는 골프장들은 결국 무더기 파산과 도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국내 골프계도 이 같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일본처럼 예치금 제도를 그대로 받아 들였다. 예치금 성격의 회원권을 분양한 것이다.

회원권 가격이 오르고 골프장보다 골프인구가 많으면 크게 관계가 없다. 하지만 이것은 골프산업이 정상적일 때 이야기다. 골프장 공급이 넘치고 회원권 가격이 떨어지면 문제가 달라진다.

골프회원권은 골프시설의 배타적 이용 권리와 계약기간 후 예탁금을 환불받을 권리를 포함하는 유동성 기타자산으로 분류된다. 또한 회원권은 소유권보다는 채권 개념이 강하다. 골프장이 부도날 경우 소유권 분쟁에 따른 회원권 소지자들의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회원권이 경영주에게 예탁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채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한때 황금알을 낳던 골프장은 이제 레드오션으로 전락하고 있다. 제주도의 레이크힐스 제주CC는 1억5000만원에 회원권을 분양했다가 반환 시점이 돌아오면서 회원들에게 예탁금을 돌려주고 3000만원에 회원을 다시 모집했다. 사진은 레이크힐스 제주CC.

사실 국내 골프장도 한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2000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자기 자본이든지, 돈을 빌려 골프장만 지어 놓으면 ‘꿩 먹고 알 먹는’ 장사였다. 부지만 확보하면 땅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PF(프로젝트 파인낸싱)를 일으켜 공사를 하는 것이다. 수도권 N골프장의 골프회원권 값이 20억 원까지 치솟을 때까지만 해도 회원권 분양은 그다지 어렵지가 않았다. 특히 골퍼들의 주말 부킹 난에 시달리자 골프장은 더욱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미운오리새끼'가 되고 있다.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한시적으로 세제 혜택을 받던 지방 골프장은 올해부터 없어졌다. 입장객은 줄어들고 내야 할 세금은 증가하기 때문에 골프장 수익성이 악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다만, 특이한 점은 골프장이 ‘레드오션’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시점에서도 골프를 좋아하는 기업주들은 아직도 골프장 갖기를 소망한다. 이 때문에 현재 100개 이상의 골프장이 공사 중에 있고 연내로 41개가 개장할 예정이다.

골프장은 투자비를 뽑지 못하면 애물단지다. 골프장은 시간과 돈을 한꺼번에 잡아먹는 ‘공룡’같은 존재다. 부지매입과 각종 인허가, 그리고 공사 등을 합치면 적어도 5년 이상이 걸리고 실제로 완공해 개장까지 9년 이상 시간이 걸린 골프장도 적지 않다.

수도권의 A골프장은 5년째 부지매입만 검토하고 있고 또 경기 용인의 한 골프장은 이미 2년 전에 허가를 받았다고 소문을 냈으나 이제 겨우 부지만 확보한 상태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충청도의 R골프장은 세수확보 때문에 해당 군수가 팍팍(?) 밀어줬으나 허가부터 개장까지 7년 이상 걸렸다.

그렇다면 골프장 18홀을 지으려면 얼마나 들까. 지가(地價)와 공사비, 허가 등에 소요되는 비용에 지역적으로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1000억 원 정도 들어간다.

대개 부지 매입비로 300억원에서 850억원까지 본다. 건설비용은 18홀에 검소하게 지으면 350억원 에서 많게는 700억 원까지 소요된다. 코스 조성비는 홀 당 15억원에서 30억원까지 다양하다. 물론 ‘럭셔리’하게 지으려면 한도 끝도 없다.

골프장을 하겠다고 덤벼드는 기업주는 ‘이게 분양이 될 것인가’하는 것이 최대 고민이다. 만일 원하는 대로 회원권 분양을 하지 못하면 투자자금에 대한 금융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기업주는 여전히 골프장 건설에 목을 매고 있고, 또 ‘어떻게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불나방처럼 달라들고 있다. 지금은 거의 정상화가 되었지만 강원도의 한 골프장은 골프장과 리조트를 건설하면서 분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연간 금융비용이 1천억원을 넘었다고 한다. 아마도 대기업이 아니었으면 부도가 났을 것이 뻔하다.

국내에서 골프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세금이다. 중과세 탓에 골프장은 결코 이제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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