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의 새 비서실장에 윌리엄 데일리(62세) JP모건체이스 미국 중서부지역 담당 회장이 뽑히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하반기 친기업 행보가 가속화하고 있다.
데일리는 시카고 명문가 출신으로 지난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제32대 미국 상무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기업과 정부의 요직을 두루 걸친 엘리트다.
데일리를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는 소식에 미 기업계는 일제히 반기는 분위기다.
금융위기 수습과정에서 국민들의 세금으로 구제금융을 받고도 거액의 보너스 잔치를 벌인 월가 경영진을 향해 ‘살찐 고양이들’이라며 비판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7년간 은행의 최고위급 임원으로 일했던 데일리를 핵심요직에 앉혔기 때문.
금융개혁법을 강력히 추진했던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이 데일리 취임에 맞춰 사퇴하고 래리 서머스 국가경제회의(NEC) 전 의장의 후임으로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금융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했던 진 스펄링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는 것도 백악관이 친기업쪽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데일리의 발탁은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2012년 대선을 위해 중도적 성격의 무당파 유권자들과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1990년대 초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특별 자문을 맡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의회 승인을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다.
대선 후에는 보잉과 제약업체 애벗래버러토리스 이사를 역임하고 SBC 커뮤니케이션 회장을 거쳐 지난 2004년 5월 JP모건체이스에 합류했다.
그는 또 최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건강보험개혁법과 금융개혁법에 비판적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친기업 인사인 데일리의 발탁으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진보진영이 등을 돌리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과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 연장에 합의한 후 민주당의 진보성향 하원의원들이 강한 반발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하워드 딘 전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은 “데일리의 핵심요직 기용은 백악관과 경제계의 뿌리 깊은 갈등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데일리 기용에 찬성의 뜻을 표시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과 데일리와의 인연은 시카고에서 비롯됐다.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서 데일리의 아버지인 리처드 J. 데일리와 형 리처드 M. 데일리는 대물림을 해가며 1955년 이후 무려 42년간 시카고 시장을 역임했다.
데일리는 지난 2008년 대선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에도 불구하고 오바마를 지지하면서 대통령의 신뢰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