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의 구원투수 역할에 팔을 걷어부쳤다.
중국 상무부의 가오후청 부부장(차관급)은 “중국은 지난해 초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가 터진 후 지속적으로 유럽 국채를 매입해 왔다”면서 “우리는 유럽의 금융시장이 현재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고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스페인의 유력 일간지 엘 파이스는 중국은 스페인 국채 60억유로(약 8조8035억원)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가오 부부장은 “스페인 정부의 국채 발행시기와 발행규모, 시장 가격에 따라 중국이 매입할 국채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를 언급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스페인의 공공 부채는 총 5410억유로에 달하며 올해 94억유로 규모의 중장기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중국은 유럽을 제외하고 스페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비유럽 국가의 스페인 국채 보유량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지난 4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스페인을 방문 중인 리커창 중국 상무부총리는 5일 엘레나 살가도 스페인 재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중국은 스페인 국채 보유량을 줄이지 않고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은 정부와 국민의 노력으로 현재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재정위기를 거쳐 장기적인 경제발전을 위한 토대를 닦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커창 부총리와 동행한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도 “중국은 유럽연합(EU)과 외환보유고 다각화의 일환으로 유로자산 매입 확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커창 부총리의 스페인 방문 기간 중 양국은 75억달러에 달하는 경제협정도 체결했다.
중국 최고위급 지도자들은 지난해부터 국채 매입과 경제협력 확대 등 유럽 지원의사를 거듭해서 밝혔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해 10월 그리스를 방문해 “그리스 국채 매입을 늘리고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고 이어 이탈리아에서는 “양국 교역액을 오는 2015년까지 현재의 2배 이상인 1000억달러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왕치산 중국 부총리도 최근 중국의 유럽 국채 매입 지속의사를 재확인했다.
중국은 유럽 국가 지원을 통해 2조60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의 다각화와 유럽의 중국에 대한 지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