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의 새 주인으로 현대자동차를 맞기 위한 작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하이닉스반도체, 대한통운, 대우조선해양 등 주요 대기업들의 매각 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건설 채권단은 다음 주 현대차 그룹과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이르면 3월 매각 작업을 마무리지을 방침이다. 현대차도 이를 위한 내부 작업을 벌이는 한편 현대건설 인수에 따른 그룹 내 조직개편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M&A 탄력 받을 듯= 따라서 채권단은 조만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하이닉스 매각 방식을 본격적으로 논의키로 하는 등 현대건설 매각 작업으로 주춤했던 주요 대기업들의 매각 작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지난 5일 범금융인 신년인사회에서 “하이닉스 매각은 지난해부터 추진됐지만 그동안 원매자를 찾지 못했다”면서 “연초부터 하이닉스 매각을 위한 원매자를 찾고 기본적인 매각의 틀을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권단 관계자도 “아직까지 현대건설 매각을 마무리하는데 더 집중하고 있지만 이후엔 하이닉스 매각에 신경을 쓸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하이닉스 지분을 블록세일한 이후 주춤했던 매각 작업이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효성그룹이 지난 2009년 인수에 나섰다가 이를 철회한 뒤 아직까지 인수의향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채권단은 사모주식펀드(PEF)를 구성해 채권단 보유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하이닉스 보유 지분은 외환은행 3.42%, 우리은행 3.34%, 정책금융공사 2.58%, 신한은행 2.54% 등이다.
포스코 등 2~3개 대기업이 인수의향을 밝힌 대한통운 매각도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대한통운 지분은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이 23.95%씩을 갖고 있다. 대한통운 매각 방식은 완전 공개 입찰 또는 제한 경쟁 입찰 방식이 될 전망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벌써 몇 군데가 적극적으로 의사를 타진해 오는 곳이 있다”면서 “빠른 시일내에 매각 공고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고를 위해선 절차상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언제라고 정확히 못 박기는 어렵다는 게 채권단의 설명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중 매물로 나온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주가도 회복되는 추세여서 매각 성공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며 “인수·합병(M&A)시장의 매물과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해 매각 공고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로 매각 작업이 중단된 쌍용건설도 연내 매물로 나올 예정이다.
다만 매각 순서상 대한통운 매각이 우선 추진될 전망이다. 민유성 산은금융그룹 회장은 “매각 순서상 대한통운 매각이 먼저”라며 “대한통운 매각이 마무리되는 대로 대우조선해양 M&A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매각과 산은금융지주 민영화도 추진될 전망이다.
◇기업 매각 절차·기준 보완 시급= 하지만 관련업계에선 대기업 매각 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매각 절차와 기준 등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건설 매각 과정을 볼 때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매각 과정이 얼마나 허술하게 진행됐고 그로 인해 투자자들이 많은 피해를 입은 만큼 보완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M&A업계 관계자는 “하이닉스, 대한통운, 대우조선해양은 물론 정부가 직접 지배하고 있는 우리금융 산업은행 등 매각 대상에 올라있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면서 “다만 이들 기업의 M&A가 또다시 파행을 빚지 않도록 절차와 기준을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정에 쫓겨 졸속으로 처리하기보다는 시장에서 제기되는 각종 의혹과 불확실성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