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발독재式 물가정책 비난 고조

입력 2011-01-07 11:12 수정 2011-01-0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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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고 때리고...대증요법의 극치, MB한마디에 각 부처 '충성 경쟁'

▲이명박 대통령(위부터)이 연초부터 강력한 물가안정 드라이브를 걸자 윤증현 재정부장관, 김중수 한은 총재,김동수 공정위원장, 이주호 교과부장관등 주요부처 장관들이 너도나도 충성 경쟁적으로 물가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공권력을 동원한 찍어 누르는 물가잡기 방식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물가불안이 고조되자 ‘물가와 전쟁’을 선포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원가압박 요인을 제거하는 근본 대책이 아닌 단기적·인위적 대책이어서 시장 가격 결정의 메커니즘 왜곡은 물론 제조업 부실 등 국가성장 잠재력과 기업경영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1일에는 설 물가 대책, 13일에는 동절기 물가안정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앙 및 지방 공공요금 억제와 식료품 가격의 동시 인상 방지, 농수산물 비축량 방출, 사재기 및 담합 강력 단속, 대학등록금 인상 억제, 석유가격 공개범위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앞서 이날 기획재정부 등 7개 부처는 한나라당과 당정협의를 열고 물가 안정을 위해 상반기 중앙 및 지방공공요금을 원칙적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원가절감을 통해 인상요인을 흡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재탕·삼탕 대책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공공요금 인상 억제 대책은 물가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 한국전력이나 가스공사의 경우 국제 유가나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비용부담은 늘어나는데 수입이 그대로일 경우 영업수지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공기업 부채가 쌓이고, 결국 재정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식료품값 인상 시점 분산 및 담합 강력 단속은 전형적인 1970년대식 물가관리 방법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행정력을 오·남용하면 심각한 자원배분 왜곡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관리는 한 품목의 가격을 규제하면 다른 곳에서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특별대책이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마저 갉아 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무조건적인 대학등록금 동결·인상 억제도 결국 대학 부실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OECD는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는 여러가지 이유 가운데 대학의 연구개발(R&D)수준이 선진국 대학에 비해 떨어지고, 산·학·연 연계 활성도가 대단히 낮다는 것을 지적했었다.

한 전문가는 “등록금의 과도한 인상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인위적인고 강제적인 등록금 동결은 자칫 국가 100년 대계인 교육의 질마저 떨어뜨려 장기적으로는 국가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5%라는 고성장에 집착, 저금리 기조를 고집하면서 물가까지 잡겠다는 정부 스스로의 모순된 경제목표와 대책이 근본적인 문제의 발단이자 1970년대식 관치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연초 ‘5% 성장과 3% 물가 상승률’을 올해 경제목표로 제시하자 각 부처들이 충성 경쟁을 벌이듯 물가잡기에 나서고 있어 심각성이 더하다.

근본대책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대책을 내봤자 요금인상이 뒤로 미뤄지는 정도에 불과할 뿐 이로 인한 부작용과 역효과가 적잖은 때문이다.

현재 물가 상승은 국제유가 앙등 등 원자재값 상승이 작용하고 있지만, 한파·폭설 같은 등 계절적 요인도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계절적 요인은 견디기가 쉽지 않지만 지나갈 문제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원자재 수입물가를 낮추기 위해 원화 평가절상을 점진적으로 허용하고, 근본적으로는 금리를 정상화시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품목별 가격 억제나 공급물량 확대 정도로 물가를 잡을 수 있는 단계가 지난 만큼 환율·금리 등 거시경제 변수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금융기관 한 관계자는 “현재 물가가 치솟고 있는 것은 공급량 부족 등의 원인도 일부 작용을 하고 있다”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의 영향이 가장 크기 때문에 요금억제에 따른 물가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고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는 물론 국내에서도 경기 부양을 위해 풀린 유동성을 제때 회수하지 않아 물가 불안이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의 경기회복 단계에 비해 현저히 낮은 금리를 정상화하고, 원화가치를 절상해 수입물가를 낮추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는 설명이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제 경제 상황에서 성장과 물가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기는 힘들다”며 “기준금리를 현재대로 2%대에 묶어둔 상황에서는 인플레 기대 심리 억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한 국내 물가 상승 압력 해소를 위해서는 원화 절상까지도 검토해야 한다”며 “물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는 이런 방법 외에는 별다른 방안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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