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국내 유통대기업의 경영 화두는 역시 신성장동력과 글로벌화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글로벌 시장 공략의 폭을 넓히고 기존에 진출한 국가는 사업이 안착될 수 있도록 철저한 분석을 통해 현지화”를 당부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글로벌 사업 역시 기반을 탄탄히 구축하는 실질적인 원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형마트 10원 경쟁 등 내수 포화와 SSM 출점의 제도적 제약 등이 글로벌화를 더욱 부추기는 현실이 된 것이다. 하지만 국내 유통기업의 세계적 위상은 아직까지 여타 산업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 유통산업의 현재를 살펴보고, 해외진출의 현황과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을 10회에 걸쳐 알아보기로 한다.
세계 상위 10대 소매그룹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월마트’의 매출 4000억달러와 비교하면 30배 이상, 9위인 독일유통업체 ‘알디’와는 약 4배 정도 차이가 난다. 국내 주력산업인 동시에 세계 수위권을 내주지 않고 있는 IT와 철강, 조선 산업 등과 비교해보면 국내 유통기업의 글로벌사와의 덩치 싸움은 아직까지 버거울 수 밖에 없다.
아시아 태평양 유통업체 상위 10개사에도 신세계가 홀로 7위에 올라있을 뿐만 아니라 1,2위 업체와의 격차도 크게 벌어져있다. 아시아 1위인 일본의 ‘Seven&I holdings’의 연간 매출 약 541만 달러에 비해 많이 쳐져있다. 아시아 10위 내에 일본 유통업체가 6개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일본의 유통역량은 무시하기 어려운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유통업계는 세계 순위 100위 권 내에 들어 체면치레라도 하고 있다. 국내 식품기업은 매출 기준으로 100대 기업에서 찾아볼 수 없다. 국내 최대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과 농심 정도가 100위를 겨우 넘볼 정도 수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결과는 국내 주력 산업이 IT와 철강, 조선 등 중공업 위주로 발전해온 만큼 어찌보면 당연한 현실”이라며 “해외 1등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M&A와 업태 다양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기업은 롯데그룹이다. 롯데는 2007년 중국 대형마트 마크로 인수를 시작으로 중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서만 106개의 점포를 출점시켰다. 지난해 말부터는 인도네시아 2위 대형마트인 마타하리 인수를 추진하는 등 공격적인 M&A를 통해 덩치를 키워나가고 있다. 백화점 역시 러시아를 시작으로 중국에 이르기까지 2018년까지 20개가 넘는 점포를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공격적인 진출과는 별도로 이익 면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는 않고 있다. 롯데의 경우 해외 공략 시작이 얼마 되지 않아 성과를 운운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1997년 처음 중국에 점포를 낸 이마트는 아직까지 중국에서 손익분기점을 돌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반면 국내 홈쇼핑 업체들의 해외 진출은 성공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CJ오쇼핑은 2004년 진출 2년 만인 2006년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면서 2009년에는 200억원대의 순이익까지 벌어들이고 있다. GS샵과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도 합작이나 지분 투자 형태로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진출해 있다.
식품기업들은 CJ제일제당과 롯데제과, 오리온, 농심, 파리크라상 등이 매출과 영업이익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해외 진출의 성과를 내오고 있다.
◇M&A, 현지화 전략은 필수=국내 유통기업들의 글로벌화 성공의 이면에는 지속적인 M&A와 끊임없는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유통전략연구소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각 유통업태의 해외진출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수년간 해외영토 확장에 공격적으로 나섰던 롯데그룹은 이제는 현지에서의 안착을 강조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글로벌 시장 공략의 폭을 지속적으로 넓혀 나감과 동시에 기존에 진출한 국가는 사업이 안착될 수 있도록 철저한 분석을 통해 현지화에 힘쓰자”면서 현지의 문화와 제도적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이를 위해 해외에 진출한 백화점과 대형할인마트들은 현지인의 소비습관과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식품업체의 수년간의 글로벌화·현지화 전략도 서서히 성과를 보이고 있다. 중국 조미료시장에서는 CJ제일제당이 중국인들이 닭 육수를 즐기는 것에 착안한 ‘닭고기 다시다’로 베이징 조미료시장 전체 2위(점유율 25%)를 기록하는 성과를 얻었다. 2006년 말에 출시한 '닭고기 다시다'는 2007년 110억원, 2008년 160억원에 걸쳐 작년에는 230억원까지 늘어나면서 현지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오
리온도 중국 4곳, 러시아 2곳, 베트남 2곳 등 총 8개의 글로벌 생산기지를 통해 해외에서만 올해 약 73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도 롯데제과와 농심, 파리크라상 등이 현지화와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글로벌화에 더욱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식품업체들의 노력으로 올 1~10월까지 국내 가공식품 수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억달러에서 25억달러로 25% 가량 늘어났다.
◇식품업계 "해외비중 절반 이상까지"=식품기업들이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지 생산을 늘리고 각 나라를 잇는 글로벌 벨트를 만드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국내 내수시장은 정체된 모습이지만 해외 식품산업 시장은 매년 20%가 넘는 성장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대학교 문광덕 교수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식품산업 시장은 2003년 3조3960억 달러에서 2010년 4조3910억 달러 그리고 2020년에는 6조3530억 달러 수준으로 증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CJ 등 주요식품업체는 해외 비중을 절반 이상까지 높이는 등 해외 시장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식품업계 매출 1위 CJ는 오는 2013년 해외 비중을 50%까지 높인다. 지난 2009년 2조1400억원이던 해외 매출액을 5조원까지 늘리고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CJ는 중국에서만 매출 2조원을 기대하고 있다. CJ가 중국에 적극적으로 신제품 라인 확충과 연구개발(R&D)투자 강화에 나서려는 이유다. 또 CJ는 해외시장 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05년 미국식품기업 애니천 인수 성공이 M&A에 대한 자신감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농심은 지난해 해외사업 실적이 2009년 대비 26% 이상 성장을 보인 가운데 2015년 매출 목표 4조원 중 1조원을 해외에서 창출할 계획이다. 이에 농심은 동북아, 미주, 동남아, EU 등 글로벌 4개 권역별 생산 판매체계를 구축하고 해외 생산거점을 4개에서 9개로 확대한다.
농심은 지난해 해외 70여개국에 수출한 금액을 3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이보다 15% 이상 늘어난 4400억원대를 목표로 해외 비중을 늘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롯데제과는 해외부문 지난해 45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해 5400억원으로 늘리는 등 지난해보다 20~30%가 넘는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과감한 M&A 등 적극적인 투자와 현지 마케팅을 통해 2018년까지 해외에서 4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특히 롯데제과는 지난해 베트남, 인도, 러시아에 차례로 초코파이 공장을 설립해 유라시아 초코파이 벨트를 구축한바 있다.
오리온의 올해 중국 매출은 6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난 수치다.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초코파이 매출만 350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15% 이상 늘어난 400억원대를 목표로 잡았다. 오리온은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등 동남아와 러시아와 중동 시장으로 해외사업을 확장 중 이다.
삼양그룹의 2007년 중국 공장 진출은 국내 전분당업계 최초사례다. 중국 진황도삼양제넥스 전분당공장은 연간 10만톤 생산이 가능한 규모로 올해 5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또 삼양그룹은 올해 미국시장에 적극적인 진출을 할 계획이다. 홈베이킹 프리믹스 제품의 미국 내 점유율을 높이고 글로벌 기업의 입지를 다진다는 설명이다.
대상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 일본, 미국, 중국 등에 11개의 해외사업장을 두고 현지생산과 국내 가공식품 수출 등 해외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현지법인을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등 대상은 올해 글로벌이 역점사업”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