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강국]'묻지마' 조기유학·영어유치원 국가경쟁력 강화에 도움 안돼

입력 2011-01-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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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용' 조기교육의 허상

조기교육이 인재육성에 최선의 방법일까. 스포츠계에서는 성공적인 조기교육의 예가 많은 편이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공격수로 뛰며 데뷔골을 떠뜨려 주가를 올리고 있는 손홍민 선수는 국내에서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친 뒤 독일로 날아간 조기유학파다. 손 선수는 최근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영광을 안았다.

또 스코틀랜드 셀틱FC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국가대표 미드필더 기성용도 중학생일 때 호주에서 5년 동안 축구유학 생활을 보냈고 그후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우리나라에서 조기유학에 대한 관심은 유별나다. 한 유학 상담 전문가는 “조기유학을 보내고자 하는 학부모는 자녀들이 한국 특유의 치열한 입시 위주의 교육상황에서 획일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 조기유학을 선택한다”고 설명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교육을 피해 간 조기유학이지만 해외에 나간다고 사교육에서 해방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돈이 더 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학 가서도 학원을 다니는 등 사교육을 피할 수 없다. 기본적인 언어교육에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현지에 가서도 국내 교과과정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교과과정에 대한 학원을 따로 다녀야 한다. 고교생일 경우 입시학원에 개인 과외까지 별도로 받게 되는데 그 돈이 많게는 매달 수백만원씩 들어가는 게 현실이다.

미국에는 한국인 전용 입시학원이 성황이다. 이미 중학생부터 대입반이 편성돼 있고 학원비는 한 달에 평균 50만~70만원이 든다. 그 뿐 아니라 미국의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미술이나 음악 등 예능 실력도 키워야 한다. 예능 학원은 대개 1주일에 한 번 정도 강의하는데 이 비용도 30만원 정도 들어간다. 결국 상당수의 한국인 부모들은 사교육비로 한 달에 평균 100만원 이상 쓰고 있는 상황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혼자 유학을 간 경우에는 각종 범죄에도 그대로 노출된다. 지난 5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내 한국인유학생이 술집 업주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혔다. 이 학생은 19살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또 러시아에서 집단구타로 한국인 유학생이 사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치원생까지 조기영어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한때 영어를 잘 하게 한다고 아이의 혀까지 잘라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원어민 강사까지 동원한 영어유치원이 성황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남의 영어유치원들은 비싼 곳은 연간 2000만원이 넘고 기본이 1000만원이 든다. 한 대기업 홍보팀 과장은 “요즘에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영어를 배우는데 우리 아이가 뒤떨어질까봐 얼마 전부터 월 100만원을 주고 영어유치원에 보낸다”고 밝혔다.

이처럼 비싼 조기교육으로 인해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서민들의 박탈감이 심해지고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사교육이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한 요인인 셈이다.

핀란드의 예에서 보듯이 교육강국,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조기선별과 분리교육이 아닌 너와 내가 평등하다는 인식 속에서 국민의 화합이 매우 중요하다.

한 교육전문가는 “교육을 개개인에게 맡길 경우 빈부에 따른 격차가 심해지고, 사회문제화되면 사회통합에도 문제가 발생한다”며 “인재강국을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초중등교육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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