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붐을 이루고 있는 고급 와인 투자가 대안 투자처로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서한 세빅과 타신 사디 세디크 등 두 명의 이코노미스트가 상품가격 상승 요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원유와 고급 와인 가격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움직임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빅과 세디크 두 이코노미스트는 2002년 1월~2010년 6월 사이 원유와 고급 와인의 가격변동을 조사했다.
이들이 발표한 “1배럴의 원유나 1병의 와인이나 : 글로벌 경제성장의 역동성이 상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A Barrel of Oil or a Bottle of Wine: How Do Global Growth Dynamics Affect Commodity Prices?)”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원유와 와인의 상관관계는 금융위기 이후 한층 더 선명해졌다.
이들 두 이코노미스트는 “원유와 와인의 가격은 데이터상에서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움직임을 나타내 상관성이 90% 이상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에 따르면 원유와 와인 가격은 경기 침체기에는 모두 급락세를 보였으나 금융 위기 후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상승 반전해, 2009년 1월~2010년 6월 원유는 86%, 와인은 62% 상승했다.
이들은 또 상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큰 신흥국의 산업생산이 4% 감소하면 원유의 실제 가격은 22% 하락했고, 와인 가격은 15% 하락으로 연결된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들 두 이코노미스트는 “고급 와인이 바람직한 투자처로 여겨지기 쉽지만 다른 상품과 가격변동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분산투자 효과를 기대해선 안 된다”고 결론지었다.
와인의 경우 기상조건, 수확된 포도의 품질 숙성기간, 외부기관이 매기는 등급 등 공급적인 측면의 요인이 가격을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프랑스 보르도나 스페인 리오하 등 명산지의 고급 와인이 주식이나 채권, 브렌트 원유 등 다른 상품들보다 높은 투자수익률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한 투자자들에겐 다소 실망스런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와인 무역은 최근 10년간 급격하게 증가했다. FT는 특히 신흥국의 소득 수준 향상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 증대에 따라 분산 투자처 중 하나로 고급 와인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의 원래 목적은 유가와 와인 가격의 상관성이 아닌, 상품 가격을 끌어 올리는 주 요인을 밝혀내는 것이었으나 의외의 결과를 얻어냈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