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LG "가전시장 세계 1위는 우리"

입력 2011-01-1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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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생활가전 시장 세계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12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LG 양사는 모두 4~5년 후에 세계시장 1위를 차지하겠다는 중기 목표를 정하고 각 사별 전략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선전포고는 LG전자가 먼저 했다. 이영하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사장)은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1'에서 “오는 2014년 매출 200억불을 달성, 세계 가전시장 1위에 오르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세탁기와 냉장고 등 주력사업에 대한 시장주도권을 유지하면서 수처리, 빌트인 등 신수종 사업에 대한 성장기반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의 이같은 발언이 나온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삼성전자가 반격에 나섰다.

홍창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은 11일 ‘2011 삼성 하우젠 스마트 에어컨’ 신제품 발표회에서 “오는 2015년 매출 300억달러로 가전시장 글로벌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발표한 중기 경영목표보다 불과 100억달러 차이로 역전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현재 글로벌 가전시장 1위는 미국의 월풀. 월풀은 170억~180억달러 규모의 연매출을 기록중이며, 그 뒤를 일렉트로룩스가 130억달러의 연매출로 쫓고 있다.

특히 글로벌 TV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에 이어 생활가전시장에서도 첨예한 대립구도를 형성, 향후 누가 웃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같은 듯 다른 사업 전략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생활가전사업분야 강화를 위해 ‘같은 듯 다른’ 사업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우선 양사 모두 제품개발투자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홍창완 부사장은 “그동안은 제품생산을 위한 시설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며 “올해부터는 시장점유율 향상을 위한 제품개발 투자에 비중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신제품 개발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판매 예측에서 공급계획 수립까지 거래선과 협업을 통해 효율을 높일 예정이다.

삼성과 LG는 이와 함께 각 사 고유의 기술력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은 “세탁기의 인버터 다이렉트 드라이브(Inverter Direct Drive), 냉장고의 리니어 컴프레서(Linear Compressor) 등 LG전자의 핵심 기술에 대한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11일 발표한 2011년형 에어컨에 적용된 ‘스마트 온’이라 불리는 네트워크 기능 등 앞선 IT기술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로 집안의 에어컨을 켜고 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동상황도 실시간으로 문자메시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적용됐다.

또한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와 관련된 제품으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이다.

이 사장은 “스마트그리드와 접목된 가전제품이 녹색 성장을 위한 주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LG전자도 올해 상용화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 부사장도 “미래 먹거리로 스마트 그리드를 염두에 두고 있다”며 “스마트그리드의 경우 정부정책과도 관련이 있어 당장은 제품이 없지만, 언제든지 제품출시를 위한 준비는 갖춰진 상태”이라고 강조했다.

◇ 물 시장서 ‘빅뱅’ 예고... 삼성의 전략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 시장에서도 경쟁을 예고했다. 홍창완 삼성전자 부사장은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의식주 관련 제품 외에도 물이나 공기처럼 인간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과 관련된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처리 사업까지는 아니고 정수기 사업도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물’ 관련 사업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물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LG전자와 어떤 식으로든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이미 신수종 사업으로 수처리 사업을 진행 중에 있으며, 정수기 사업에도 진출했다.

이영하 사장은 “수처리 사업은 지난해 11월 한국 환경산업기술원의 ‘환경신기술’ 인증을 받은 신공법 ‘G-MBR(Green-Membrane Bio Reactor)’을 바탕으로 사업 수주에 전력할 것”이라며 “올해 LG 계열사 중심으로 수처리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방문판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정수기 시장에서도 자체 유통망을 확장시켜 웅진, 교원, 청호 등 중견업체들과 경쟁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 경쟁사 평가에 ‘신중 속 자사 역량 강조’

이영하 LG전자 사장과 홍창완 삼성전자 부사장은 경쟁관계인 상대방에 대해 조심스러우면서도 자사의 장점을 강조했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는 상당한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며 “비용이 크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어 “1990년대부터 혁신과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현재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 부사장은 이 사장의 발언을 의식한 듯 “(에어컨 시장에서)LG에 밀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능면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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