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으로 식료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지난 2008년 전세계를 강타한 식량대란 공포가 또다시 지구촌을 뒤덮고 있다.
가뭄·홍수·폭설·한파 등 전 세계에서 기상이변이 속출하면서 옥수수·소맥·대두 등 주요 곡물 가격이 일제히 치솟고 있다.
북아프리카 일부에서는 실업으로 생계가 막막한 가운데 물가까지 치솟으면서 청년들의 분노가 폭발해 대규모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2008년 일어난 식량대란의 여파가 고스란히 재현되는 모습이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12일(현지시간) 옥수수와 대두 선물은 한때 하루 상승 제한폭까지 급등했다.
3월 인도분 소맥 가격은 전일 대비 11센트 오른 부셸당 7.705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옥수수는 부셸당 6.37달러를 기록, 30개월래 최고치를 보인뒤 24센트 오른 6.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대두 역시 30개월래 최고치인 14.27달러까지 오른 뒤 58센트 상승한 부셸당 14.15달러에 마감됐다.
이날 곡물 값 급등의 주범은 미 농무부가 발표한 수급 및 재고 보고서였다. 지난주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2008년 식량위기가 재현될 것이라고 경고한 만큼 위기감은 한층 더 고조됐다.
미 농무부는 이날 2010·2011년도 곡물의 수급 전망치를 대폭 하향하고 올해 곡물의 글로벌 수요 대비 재고가 1970년대 중반 이후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오는 8월까지 옥수수 수요 대비 재고는 5.5% 감소해 15년만에 최저치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옥수수는 가축 먹이나 바이오 연료 등의 주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육류 소비가 많은 이머징마켓에서의 수요가 특히 많으며, 미국에서는 에탄올 원료로만 40%가 소비된다.
농산물 트레이더들과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이 글로벌 곡물 재고를 하향 수정에 대해 “더 이상 날씨 문제로 인한 식량 수급에 개선의 여지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이오와 대학의 채드 하트 농업 전문 이코노미스트는 “옥수수와 대두 재고는 매우 빠듯한 가운데 가격은 심각하게 치솟고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시카고 소재 농산물 정보제공업체인 애그 리소스의 댄 베이스 사장은 “기상이변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옥수수·대두 같은 곡물들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수확기를 맞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서는 가뭄 때문에 작황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레이더들은 개발도상국에서 수요가 많은 식물성기름 값이 특히 상승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튀김요리가 많아 개발도상국 가운데 식물성기름 소비가 가장 많다.
농산물 가격 급등은 관련 업계의 명암도 갈라놓고 있다. 미국 농산물 거래업체인 카길은 올해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수준으로 뛸 것으로 전망했고 농기구 메이커인 디어앤코는 주가가 2.3%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그러나 네슬레 같은 식품업계는 원료값 상승분을 소비자들에게 떠안기지 못해 고전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